이번 국회는 내년도 예산을 심의해 확정지어야 하는‘예산국회’다. 예산안 처리시한은 내달 2일까지로 예산심의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불과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계속된 여야 싸움으로 아직 각 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는커녕 예산결산위원회 구성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준비를 한다고 해도 예산안의 부실심의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예산안 심의뿐만이 아니다. 이번 국회에는 세법개정안 등 각종 민생관련 법안들과 부패방지기본법, 국가보안법, 방송법 등 시급히 처리해야할 중요법안들이 산적해 있다. 이들 법안이 제때 처리되지 못하거나 졸속심의로 부실한 채 통과될 경우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 뻔하다. 그런 만큼 국회는 당장 정상화되어야 한다. 그동안 강경대치만을 고집하던 여야가 타협국면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이 큰 명분의 흐름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기왕에 불거진 문제들을 적당히 덮을 수는 없는 일이다. ‘언론장악 음모 의혹’사건의 경우 여야가 기왕에 합의한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어떻게 언론대책문건이 작성됐으며, 그것이 실제 현정권의 언론대책에 활용되었는지의 여부를 가려야 한다. 증인선정 범위 등 지엽적인 문제로 다툴 게 아니라 여야 모두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는 진지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여야간 실질적 최대쟁점인 선거법 협상문제는 협상 이전에 분명한 원칙이 세워져야 한다. 그것은 여야 합의없이 여당 단독으로는 선거법을 처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야당은 대통령이 약속하라고 하고, 여당은 ‘국회의 행정부 시녀론’을 내세워 거부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 협상대상이라기보다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에 관한 문제다.
어제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 총재는 여야 영수회담에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이 또한 여야 대치정국이 풀리는 신호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정치가 더이상 파행으로 지속되어서는 안된다. 여든 야든 당내의 강경한 목소리보다는 국민의 한숨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그 첫순서는 국회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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