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주부 조모씨(31). 최근 임신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고 단박에 달려온 시어머니와 남편을 부등켜 안고 눈물을 흘렸다. 조씨는 서른에 결혼한 맏며느리. 3년 일찍 결혼한 아랫동서는 그러께 아들을 떡하니 낳고 최근 또 둘째를 임신했는데 자신은 아이를 갖지 못해 1년 가까이 애간장을 태워왔다.
조씨처럼 ‘불임 부부(Infertile Couple)’는 아니지만 아기를 갖지 못해 애태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무 이상이 없는데도 이처럼 임신하지 못하는 경우를 의학계에선 아(亞)불임부부(Subfertile Couple) 또는 잠재불임부부로 부른다.
▼아불임부부▼
1년 이상 피임 없이 부부생활해도 임신되지 않는 경우 ‘불임’. 남성이 정액 1㏄에 정자가 100만 마리 이하인 무정자증(無精子症), 2000만 마리 이하인 희소정자증(稀少精子症)이거나 여성의 배란 이상이 주원인. 그러나 두세차례 정액검사에서 정자수가 2000만 마리를 오르락 내리락하거나 배란검사에서도 큰 이상이 없는데 임신이 안되면 아불임.
▼내가 아불임?▼
혼자서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는 것이 좋다. 완전불임과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데다 ‘불임시술’의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아도 여성의 나이가 30대 중반을 넘으면 성공률이 뚝 떨어지기 때문에 1년 이상 임신이 안되면 병원 검사가 우선. 병원에서 “좀더 기다려보자”고 할 때나 불임시술 기간 중에는 아래 방법에 따라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남편은?▼
보통 한꺼번에 5000만∼1억마리의 정자가 사정되지만 산성(酸性)의 질에서 75∼90%는 죽고 5000마리 정도가 자궁에 닿는다. 이곳에서 또다시 대부분이 백혈구에게 먹혀 난자에 근접하는 정자는 100∼200여 마리 뿐.
평소 정자가 적으면 난자에 도달할 수 있는 정자가 없게되므로 평소 고환을 체온보다 1∼2도 낮춰 정자가 왕성하게 나오도록 해야한다. 사우나를 자주 하거나 한곳에 오래 앉아서 엉덩이에 땀이 배도록 일하는 것을 피한다. 옷은 헐렁하게 입고 매일 찬물로 음낭을 씻어준다.
너무 자주 관계를 맺으면 정충이 덜 성숙돼 정자가 ‘부실’해지므로 금욕도 필요. 배란시기에 맞춰 3일 동안 매일 또는 2일 간격으로 3회 관계를 맺는다.
▼여성은?▼
정확한 배란시기를 알아야 한다. 보통은 월경 시작 14일 전. ‘날’이 들쭉날쭉한 경우 아침에 눈뜨자마자 움직이지 않은 상태에서 머리맡에 놓아둔 체온계를 혀밑에 넣고 체온을 재면 알 수 있다. 평소보다 0.8도 올라가 있으면 그날밤 관계를 맺는다.
배란된 난자는 약 24시간 수정능력을 갖는다. 정자가 사정 뒤 난자까지 가는 시간은 60∼80분. 배란이 되는 시기에 활동성이 강한 정자가 나팔관에서 대기하도록 준비한다.
특히 아내가 오르가슴을 느끼면 질의 분비물이 질벽을 덮어 정자가 산(酸)에 노출돼 죽는 위험이 줄어든다. ‘즐거운 관계’를 갖도록 부부가 협조하는 것이 중요.
(도움말〓미즈메디병원 산부인과 조정현박사 02―3467―3742, 마리아산부인과 정재훈박사 02―2234―2504)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