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다가서기]익산 미륵사지탑 복원? 진퇴양난

  • 입력 1999년 11월 16일 18시 43분


완전히 무너져버린 백제시대 탑을 새해에 복원한다면 그것은 백제탑인가, 21세기탑인가.

전북 익산 미륵사지에 복원된 동탑을 보면 이런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미륵사엔 동탑과 서탑이 있었다. 이중 동탑은 무너져 완전히 사라졌다. 우리가 알고 있는 국보11호 미륵사지탑(7세기초)은 서탑.

동탑은 93년 복원됐다. 복원 공사는 석재 2700톤, 연인원 4만5000명, 공사비 29억원이 들어갈 정도의 대역사였다. 높이는 27.8m.

이 동탑이 바로 논란의 대상이다. 뽀얀 화강암으로 복원을 해놓으니 세월의 흔적이 사라져 1300여년전 백제의 고풍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 미술사학자는 “실패한 복원이다.운치도 없고, 그 옆 서탑의 백제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평가한다. 백제탑이 아니라 20세기탑이라는 말이다. 또한 서탑이 남아있는데 굳이 동탑을 복원할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지적도 있다.

수백 수천년 세월의 풍상이 배어있을 때,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더욱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당시 미륵사지탑의 면모를 보여주려면 복원할 수밖에 없다는 반론도 있다. 당시 동탑복원자문위원회 역시 “상당 부분 무너져버린 서탑만으론 미륵사지 9층석탑의 웅장함과 감동을 제대로 전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백제의 분위기 그대로 복원할 수 있다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된다. 그러나 완전히 사라진 문화재를 복원하려면 현대식 부재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법. 이러한 논란은 문화재 복원에 있어 피할 수 없는 운명이자 딜레머다.

붕괴 위험에 처한 서탑도 곧 해체 복원에 들어간다. 여기에도 뽀얀 화강암이 상당량 사용될 수밖에 없다. 이 서탑 역시 새롭게 복원된다면 백제탑인가, 21세기탑인가.

현실적으로 정답은 없다. 다만 현재 남아있는 원형을 최대한 유지하고 복원을 하더라고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만 있을 뿐.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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