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은폐조작' 철저히 수사하라

  • 입력 1999년 11월 17일 19시 17분


옷로비의혹에 대한 특별검사팀의 수사로 검찰과 사직동팀의 은폐조작이라는 놀라운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특검팀은 사건 관련자들의 자택 등을 수색해 그런 의혹을 뒷받침해주는 자료들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우리는 옷로비의혹 자체의 진상도 궁금하지만 검찰과 사직동팀이 전검찰총장 부인을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사건을 은폐조작하려 한 어처구니없는 의혹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특검팀은 사직동팀이 그동안 제출을 거부해온 최초의 내사보고서를 찾아내 문제의 밍크코트 반품날짜가 검찰과 사직동팀의 발표(1월5일)보다 사흘뒤(1월8일)라는 것을 밝혀냈다. 또한 사직동팀의 내사착수 사실을 라스포사에 귀띔해준 팩스문건도 발견했다. 라스포사는 이 팩스를 받고 매출장부를 조작했다고 하니 사직동팀의 개입의혹도 중대 사안으로 떠올랐다. 코트 배달날짜와 관련해 김태정(金泰政)전검찰총장 부인 연정희(延貞姬)씨는 국회청문회를 앞두고 라스포사 정일순(鄭日順)사장에게 ‘계속 작년 12월26일로 해달라’고 부탁했으며 전통일부장관 부인 배정숙(裵貞淑)씨에게도 비슷한 내용의 괴전화가 걸려온 사실이 압수된 녹음테이프에서 드러났다.

특히 검찰수사과정에서 정씨는 작년 12월19일 문제의 코트를 전달했다고 수차례 말했으나 검찰관계자는 ‘그렇게 되면 문제가 복잡해지니 나라를 위해 12월26일로 가자’고 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를 부인하고 있으나 만약 사실이라면 검찰이 말하는 ‘나라’는 과연 어떤 나라인가. 옷로비의혹사건 수사결과 발표에서 ‘법위반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하겠다는 의지로 철저히 수사했다’고 큰소리쳤던 검찰이다. 그런 검찰이 이제는 ‘날짜가 뭐 그리 중요하냐’는 군색한 변명을 내세운다. ‘짜맞추기 수사’혐의가 짙은 검찰의 구태(舊態)야말로 나라를 위해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특검 조사에서 새로 드러난 관련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검찰은 문제의 밍크코트 보관기간을 실제 20일간에서 10일간으로 축소조작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법률상 ‘영득(領得)의사’ 유무를 판단하는데 중요변수가 된다. 또 연씨는 지금까지의 주장과 달리 코트배달 사실을 처음부터 알았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현행 특검제법상 검찰과 사직동팀의 은폐조작혐의를 현재의 특검팀이 수사할 수 있느냐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검찰 일부에는 있는 듯하나 우리는 당연히 현재팀이 수사해야 한다고 본다. 은폐조작혐의를 분명히 밝혀내지 못하고는 옷로비의혹의 진상을 풀 수 없기 때문이다. 특검팀의 철저한 수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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