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촌외훈련' 이봉주 동아일보 단독회견

  • 입력 1999년 11월 17일 19시 17분


《‘한국마라톤의 기둥’ 이봉주(29)의 별명은 ‘봉달이’다. 그만큼 내성적이고 야무지지 못하다. 그런 그가 ‘코오롱사태’로 불리는 마라톤파동의 한 가운데 서 있다. 온 국민이 다시한번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을 염원하는 시드니올림픽이 코앞인데 보통일이 아니다. 17일 동료들과 함께 충남 대천에서 촌외훈련을 하고 있는 이봉주를 만나 그의 심경을 낱낱이 들어봤다.》

―요즘 훈련은 어떻게 하고 있나.

“지난 여름 호주전지훈련을 갔다온 후부터 왼발 부상으로 훈련을 못했다. 이젠 거의 나아가고 있어 하루 1시간 15㎞정도를 조깅하면서 몸을 만들어 가고 있는중이다. 몸무게가 경기때보다 1㎏정도 는 상태지만 큰 문제는 없다.”

―코오롱과의 문제가 여러가지로 신경이 쓰일텐데 훈련에 지장은 없나.

“오히려 마음은 편안하다. 물론 가끔 신경쓰일 때도 있지만 가능한 한 잊고 훈련에만 집중하려고 한다. 훈련분위기도 자유롭고 후배들도 ‘뭔가 한번 보여 주겠다’며 눈빛이 활활 불타오르고 있다. 하루 40㎞정도를 뛰는 후배들 중 일부는 너무 컨디션이 좋아 걱정이 될 정도다.”

―도대체 회사하고는 왜 이 지경까지 왔는가.

“솔직히 회사와 우리가 왜 이래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힘을 합쳐 잘해도 힘든판인데…. 섭섭하다. 회사가 이런 사태가 터지기전에 미리미리 손을 썼으면 좋았을텐데….”

―회사에선 코치를 빼놓곤 선수들은 조건없이 전원 다시 받아들이겠다고 하던데….

“이젠 너무 늦었다. 만정이 다 떨어졌다. 설령 두 코치를 포함해 모두 받아들인다해도 안간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인가.

“각자가 알아서 판단할 일이다.”

―돈 벌어 배불러졌다거나 여자때문에 운동을 하기 싫어서 팀을 이탈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억울하다. 내가 어린애인가. 우리 나이로 서른 먹은 성인이다. 강릉의 여자친구는 동갑내기인데 장래를 약속한 사이다. 사귄지는 한 5년됐다. 내가 힘들고 슬럼프에 빠질 때면 많은 위안과 격려를 해준다. 큰 힘이 된다. 요즘도 전화로 힘내라고 격려해준다. 돈은 많이 모으지 못했다. 부모님이 관리하시지만 다 합해봐야 서울에서 중형아파트 한채 살 정도다.”

―솔직히 시드니올림픽에선 메달을 딸 자신이 있는가.

“마지막 승부를 한번 걸어보고 싶다. 그러나 올림픽 금메달은 하늘이 내려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최고들만 나오는데다 그날의 운도 따라야 한다.”

―우선 국내에서 시드니올림픽대표로 뽑혀야 되는 것 아닌가.

“그렇다. 내년 3월 동아마라톤에 나가서 좋은 기록을 내야 된다. 그러려면 늦어도 경기 두달전인 1월19일부터는 하루 50㎞이상씩 훈련을 소화해야 한다.”

―외국선수들과 같이 개인 매니저를 둔다는 이야기도 들리던데….

“제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다.”

―일부에선 스승인 정봉수감독을 배반했다는 비난도 있다.

“정말 억울하다. 내 말은 들어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그런 얘기를 할때면가슴이답답해 터질 것 같다. 정감독님을 존경하는데는 지금도 전혀 변함이 없다. 나도 할말은 많지만 혹시 스승께 누가 될까봐 말을 하지 않겠다.”

―정감독의 훈련스타일에 불만은 없었는가.

“왜 없겠는가. 훈련하다 보면 그런 일들은 흔히 있는 일이다. 가령 선수입장에선 몸이 최고로 좋을 때 뛰고 싶다. 반대로 몸 상태가 안좋을 땐 훈련을 줄이고 쉬는 게 낫다. 그러나 정감독은 이런 때도 무조건 훈련을 강행시킨다. 이러다 보면 몸에 무리가 간다.”

―팀을 몇번 이탈했는데 그 이유가 뭔가.

“난 원래 속으로 삭이는 스타일이다. 여러가지 불만이 있으나 말도 못하고 참다못해 나갔던 것이다. 회사에선 그때마다 그 이유를 알아보지도 않고 덮는데만 신경썼다.”

―불만의 이유중에는 금전문제도 있는가.

“없지 않다. 그러나 말하고 싶지는 않다.”

〈대천〓김화성기자〉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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