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리뷰]'호랑이 이야기'/권력양면 빗댄 풍자극

  • 입력 1999년 11월 17일 19시 17분


“호랭이 젖 묵을 만하네예.”

걸쭉한 대구 사투리, 재기 넘치는 몸동작으로 엮어나가는 모노드라마 ‘호랑이 이야기’(극단 ‘함께 사는 세상’)가 12월12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아리랑 소극장에서 열리고 있다.

이탈리아의 극작가 다리오 포가 중국 여행 도중 상하이(上海)사투리로 된 이 연극을 보고 난 뒤 이탈리아 사투리로 극본을 쓰고 직접 연기한 작품. 한국에서는 대구 사투리로 초연되고 있다.

연극 공연은 서울에서 성공한 뒤 지방 순회공연을 하기 마련. 그러나 이 작품은 6월 대구에서 마당극으로 초연돼 인기를 얻어 서울 무대로 진출한 특이한 경우다.

무대 배경은 약 65년 전 중국 홍군(紅軍)의 ‘대장정(大長征)’. 부상을 입어 대열에서 떨어진 병사와 그가 만난 호랑이들의 이야기다.

배우 임헌근은 호랑이와 사람을 번갈아 연기해 가슴 속까지 시원한 함박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동굴에서 우연히 새끼를 잃은 호랑이를 만난 병사. 그는 호랑이의 불어터진 젖을 빨아주고, 호랑이는 병사의 상처를 핥아준다. 이후 마을에 함께 살게 된 호랑이는 사람들을 도와 국민군과 일본군을 차례로 물리친다.

다리오 포는 이 희극에 날카로운 현실 풍자를 담았다. 호랑이는 민중들의 강인한 의지와 건강한 생명력의 상징. ‘어제의 동지’에서 ‘새로운 권력자’가 된 당 간부들은 “적을 물리쳤으니 이제 호랑이를 산이나 동물원으로 보내라”고 윽박지른다.

무대에 설치된 화가 임옥상의 호랑이 그림도 볼만하다. 1만∼1만2000원. 02―741―5332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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