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승련/워터게이트와 '밍크게이트'

  • 입력 1999년 11월 18일 20시 02분


75년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대통령이 하야(下野)한 뒤에야 마무리된 워터게이트 사건의 시발점은 선거법위반 사건이었다.

이 사건의 출발은 워터게이트 건물에 있는 민주당 선거본부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실패한 단순한 사건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미국민을 분노하게 만들어 그를 탄핵심판이라는 벼랑끝으로 내몬 것은 진실을 은폐하려 했기 때문이었다.

닉슨은 불법도청 사실을 보고받고서도 ‘적당한 선’에서 이를 봉합하려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한 것이다.

최병모(崔炳模)특별검사가 수사중인 옷로비 의혹 사건도 진행과정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그 본질에 있어 크게 다르지 않다.

김태정(金泰政)전법무부장관의 부인 연정희(延貞姬)씨가 로비를 받았다는 사실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어쩌면 연씨는 ‘실패한 로비’의 억울한 피해자일는지도 모른다.

문제는 연씨나 김정길(金正吉)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부인 이은혜(李恩惠)씨 등이 국회 청문회 등에서 늘어놓은 위증과 이를 가능하게 만든 수사기관의 축소은폐 의혹에 있다.

특별검사의 조사가 진행되면서 청와대의 하명사건을 다루는 사직동팀(경찰청 조사과)과 검찰 수사과정의 축소은폐 의혹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정일순(鄭日順)사장은 “(검찰 수사과정에서)옷 배달일자를 12월26일로 맞춰 달라고 요구받았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놓았다.

옷 로비 의혹사건의 다른 이름으로 회자됐던 ‘밍크게이트’와 워트게이트가 닮은 점은 이 밖에도 여러가지가 있다.

검찰은 6월 수사결과 발표 때 이 사건을 ‘단순한 해프닝에 불과한 사기 미수극’이라고 설명했다. 20여년 전 워트게이트 사건 당시에도 지글러 백악관대변인은 ‘삼류(三流)절도 미수사건’에 불과하다고 논평했다.

김승련<사회부>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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