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성 ▼
한국전력 구조개편 논쟁의 초점은 독점체제인 한전을 분할해 경쟁체제로 변화시키면 과연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냐에 있다.
한전은 지금과 같은 독점 공기업체제로는 경영혁신이나 경쟁력 향상이 어렵다고 자인하고 있다. 한전의 발전 규모는 4300만㎾로 세계 5위 정도이다. 전문기관의 연구결과로는 이미 10년 전에 적정 규모를 넘어섰다. 발전사업부터 소매 판매까지 한 회사에서 관리하는 것은 비효율의 원인 중 하나다.
독점적 지위의 남용, 관료적인 경영, 변화에 대응하는 유연성 결여 등 흔히 지적되는 공기업의 폐혜를 이번 구조개편에서 해결해야 한다.
전력산업의 구조개편은 세계적 조류다. 유럽 북미 남미 호주 아시아 대부분의 나라에 경쟁체제가 도입됐거나 구조개편이 진행되고 있다.
국내산업 보호나 기득권 유지를 이유로 개혁을 외면한다면 무한경쟁 시대를 맞아 전력산업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구조개편의 효과에 대해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독점체제보다 경쟁체제가 낫다는 점은 통신이나 항공산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구조조정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전력요금은 점차 낮아지고 전력의 질이나 고객 서비스가 나아질 것이다. 일부 발전소를 해외에 매각하거나 설비 건설에 외국사를 참여시키는 것은 외자유치, 재무구조 개선, 국제경쟁력 향상, 선진경영 기법과 기술의 도입 등 여러가지 이득을 가져올 것이다.
물론 당장 한국에 맞는 구조개편 모델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나라들도 시행착오를 거쳐 발전해가고 있다. 국내 전문가와 기술자들이 중심이 돼 외국 모델을 한국 것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보편적 서비스, 대체에너지 개발, 환경보전, 신기술 개발 등 한전의 공익적 기능이 앞으로도 차질없이 수행되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할 것이며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위한 정부의 조정기능도 계속돼야 한다.
전력산업의 구조개편은 더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시행착오를 줄일 것이냐에 대한 대책 마련에 지혜를 모을 때다.
이창호(한국전기연구소 정책연구실장)
▼ 반대 ▼
한국전력을 비롯한 한국의 공기업들은 예산운영이 방만한데다 주인이자 고객인 국민에 대한 서비스에서 관료주의적 횡포가 적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 개혁방안으로 해외매각을 포함한 민영화를 서두르는 것은 잘못이다. 자칫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한전도 전문 경영인에 의한 자율 책임경영을 해본 적이 없다.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 속에 사장 임기조차 제대로 보장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전은 국내외 주식시장에서 인기가 있다. 이는 해외 구입선까지 물색해가며 당장 팔아치우지 않으면 안될 만큼 한전이 부실한 것은 아니라는 반증이라고 본다.
외채상환과 중장기 투자자금 확보에 꼭 필요하다면 국민적 공감대 형성 과정을 거쳐 세계적으로 저렴한 수준인 국내 전기요금을 적정선으로 인상할 수도 있다.
과연 한전의 구조개편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정부는 당초 외환위기를 돌파하고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공기업 매각을 주장했다. 외환위기의 급한 불을 끄고 나자 이번에는 세계적 추세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IBRD) 등 국제기구의 요구라는 이유를 들었다. 올들어서는 한전의 부실경영을 이유로 내세우더니 최근에는 경쟁체제 도입과 전력산업의 효율화를 위해 한전의 민영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전을 분할 매각했을 때 이를 사들일 수 있는 세력은 경제력 집중과 총수의 전횡으로 외환위기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국내 재벌이나 아시아 에너지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다국적 독점대기업 뿐이다.
민영화로 경쟁체제가 도입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국내외 대기업의 독과점체제가 들어서게 될 것이다.
공기업 사기업을 막론하고 기업의 소유지배구조 개선은 한국 경제의 체질개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한전 등 공기업은 이 기회에 진정한 의미의 ‘국민기업’이 되도록 전문 책임경영체제를 서둘러야 한다. 기업 경영의 민주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참여와 견제장치도 반드시 강구해야 한다.
김윤자(한신대교수·국제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