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ational]고뇌하는 미국인

  • 입력 1999년 11월 18일 20시 02분


미국 주택의 평균 크기는 185㎡를 막 넘어섰다. 이는 20년 전보다 25% 커진 것이다. 또한 미국 전체 가구의 절반이 주식에 투자를 하고 있고, 실업률은 거의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번영의 한 가운데에서 사람들은 탱크 만한 크기의 차를 몰고, 체육관 만한 크기의 차고를 갖는 것이 미국이 지닌 국가적 목적의 전부인지에 대해 서서히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 스트레스 크게 받아 ▼

각종 여론조사에서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몇 년 전보다 덜 냉소적으로 변했으며, 인정이 더 많아졌다고 대답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또한 이제 생활이 안정된 만큼 자신들처럼 행운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뜻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 자원봉사자의 숫자가 크게 늘었으며, 자선금 기부자도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사회학자들은 사람들이 더 많은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사람들은 가족에게 시간을 충분히 할애하지 못하고 있으며 재정상태가 개선된 만큼 생활의 질이 개선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 정신적 만족감 갈구 ▼

영적인 만족감을 얻기 위한 끝없는 탐구와 소비지향주의에 대한 반동은 미국 사회의 오랜 특징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나라 전체가 번영을 이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기 위해 진정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고민과 관련된 이슈들은 벌써 워싱턴 정가에서 뚜렷한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정치인들은 소속 정당이나 이념의 차이와 관계없이 호황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혜택받지 못한 사람들은 위해 국가적으로 얼마나 노력이 이루어질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두 번 모두 중산층을 지지기반으로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빌 클린턴 대통령은 지난주 이틀간 도시 빈민가를 돌면서 공공자금으로 민간기업들을 끌어들여 미국에서 가장 황폐한 동네에 일자리와 희망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다. 민주당에 지지 않으려는 공화당 역시 J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의장이 클린턴 대통령의 노력에 동참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민주당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민주당의 대통령 지명을 받기 위해 뛰고 있는 빌 브래들리는 정부가 대규모 계획을 세우면 몇 몇 커다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고 있다. 반면 앨 고어 부통령은 브래들리의 제안이 국가의 재정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면서 빈곤층 어린이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문제 등을 대한 나름대로의 계획을 내놓고 있다.

공화당의 고문인 리치 갈렌은 “미국인들은 이제 자기 집 울타리 너머를 바라보면서 우리 마을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때가 되었다고 느끼고 있다”면서 “누구라도 이러한 정서를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다면 강력한 정치적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대선후보들도 공감 ▼

공화당의 대선 후보들 중 선두주자인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는 이런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그가 내세운 선거구호 ‘목적이 있는 번영’에서 ‘목적’은 뒤에 처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도록 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이같은 정책의 주요 수혜자는 가난한 사람들과 학력이 낮은 사람들이겠지만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행위는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만족감을 선사해줄 수 있다.

부시의 언론 자문인 마크 매키논은 “미국인들은 오랫동안 번영을 위해 노력해왔으나 정작 번영을 성취한 지금은 뭔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면서 “부시 주지사는 가슴이 비어 있다면 지갑이 가득 차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많은 미국인들의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해주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인들로서는 중산층도 무시할 수가 없다. 또 경제외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여야 한다. 클린턴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아이들과 함께 보러 갈 수 있는 영화가 있는가, 우리가 아이들을 닌텐도 좀비로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걱정이 사람들의 내면에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review/110799economy-review.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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