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건강특집]세밑모임 술과의 전쟁 '승리 6戒'

  • 입력 1999년 11월 19일 10시 10분


H유통의 손모대리(33). 벌써 캘린더를 보면 슬슬 겁이 난다. ‘마(魔)의 시즌’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 지난해 11월말부터 벌어진 술판을 생각하면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어진다. 그는 지난해 18곳의 거래처를 돌며 술자리를 가졌고 회사동기회 대학입학동기회 업계동료모임 등 40여일 동안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술과 씨름했다.

직무상 마실 수밖에 없는 술. 게다가 술꾼으로 소문까지 났는데, 몸이 삭았다는 것은 변명이 안되니…. 어떻게 마셔야 ‘덜 망가진 채’새밀레니엄을 맞을 수 있을까.

▼술을 알고 마셔라▼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적당한 음주’란 말을 ‘덜 위험한 음주’로 바꿨다. 그만큼 술은 해롭다. 술을 마시면 알코올은 위에서 10%, 소장에서 90% 정도 흡수돼 온몸의 핏줄을 타고 돈다. 혈중 알코올은 뇌에 영향을 미치는데 뇌의 부위별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따라 주사(酒邪)가 달라진다.

간에서는 혈중 알코올의 90%를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하는데 이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긴 ‘지방독’이 간세포에 쌓이는게 지방변성. 3∼5일 정도 술을 마시지 않으면 지방독이 해독돼 정상간으로 복귀한다.

술을 간염이나 간경화의 주범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주범은 간염바이러스. 순전히 술 때문에 간염 간경화에 걸리는 사람은 10%에 못미친다. 그러나 바이러스성 간염 보균자나 환자가 술을 마시면 ‘치명적’.

또 술꾼들은 간검사만 신경쓰는데 알코올은 위 췌장(이자) 등도 망가뜨린다. 특히 췌장은 일단 암으로 발견되면 90% 이상 생명이 위험하므로 변에 기름이 둥둥 뜨는 ‘지방변’이나 체중감소 황달이 있으면 검사받아야 한다.

▼몸 살리는 전략▼

어차피 마실 수밖에 없다면 물 안주와 함께 천천히 마시는 것이 최우선. 특히 위스키 코냑 등 독주를 마실 땐 술 한 잔에 물을 한 컵 정도 마시는 것이 좋다. ‘1차’ 때는 얘기를 많이, ‘2차’로 단란주점에 갔을 때는 노래를 많이 하는 것도 전략.

속주(速酒)는 더욱 해롭다. 1시간에 소주 2병을 마시는 것이 3시간에 소주 3병을 마시는 것보다 해롭다. 특히 알코올 농도 15∼30도인 술은 조심. 소주 청주 등은 맥주 양주 등에 비해 빨리 흡수되기 때문에 빨리 취하게 된다. 맥주에 양주를 넣은 폭탄주는 20도 안팎이어서 가장 빨리 취하게 된다.

술판 1∼2시간 전 맥주 한 컵을 마시거나 간장약 소화제 등을 먹으면 취하지 않는다는 ‘설’은 근거가 없다. 특히 알코올 분해효소가 든 숙취해소음료를 마시면 술을 더 많이 마시게 되는 효과 밖엔 거두기 힘들다. 따라서 이 음료는 음주 후 마시는 것이 좋다.

단 음주 전 식사는 하는 것이 좋다. 술 마신 뒤에도 자기 전에 간단히 식사를 해야 다음날 덜 부대낀다. 성행위를 하고 자야 술이 깬다는 사람이 있는데 만취한 경우 심장에 무리가 올 수 있으므로 피한다. 자고난 뒤에 영양 섭취도 필수. 물과 과일 등을 먹어서 수분과 당을 보충해야 술이 빨리 깨며 밥을 먹어 탄수화물을 섭취해야 중추신경의 손상을 예방할 수 있다.

아내는 ‘주계부(酒計簿)’를 만들어놓고 어느 정도 술을 마셨고 어느 정도 취했는지를 기록해 눈에 잘띄는 곳에 걸어놓으면 남편이 술을 절제하고 컨디션을 조절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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