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수묵/찬호, 세리 그리고 두루넷

  • 입력 1999년 11월 19일 19시 40분


국내기업의 미국 나스닥 직상장은 주식시장의 ‘메이저리그 진출’이라 할 수 있다.

나스닥은 세계적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야후 등이 포진해있고 첨단 정보통신업체라면 상장되고 싶은 ‘꿈의 무대’다. 그러나 상장 절차가 엄격하고 까다로워 그동안 국내기업들은 국외DR(주식예탁증서) 발행에 그쳐야 했다.

18일 한국기업 최초로 나스닥에 직상장된 두루넷의 주가는 상장 첫날 공모가(18달러)의 두배에 가까운 35달러로 치솟았고 둘째날에는 전날보다 16.9% 오른 41달러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일부에서는 두루넷의 주가가 기대에 못미친다며 폄훼하는 사람들도 있다. 올해 7월 아시아 최초로 상장된 홍콩의 차이나닷컴에 비해 ‘인기몰이’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차이나닷컴은 미국기업의 후광으로 주가가 올랐다. 미국 최대 인터넷업체인 AOL이 지분 10%를 갖고 있어 단순비교가 어렵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박찬호선수가 10승 고지를 앞두고 연패를 거듭할 때 실망의 목소리가 컸다.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년차를 맞은 박세리선수가 초반 탈락의 고배를 마실 때도 비난의 여론이 적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진출 자체를 축하하던 여론이 지나친 욕심을 낸 탓이다.

두루넷은 하나의 기업일 뿐이다. 그러나 외국투자가의 눈으로 보면 한국 인터넷업종의 성공여부를 관찰하는 ‘거울’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상장 초기 주가에 관해 지나치게 민감할 필요는 없다. 박찬호 박세리의 성적이 나빠도 선전을 기대하며 성원을 보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최수묵<경제부> 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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