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진(朴昌鎭·42)목사의 장애인 사랑은 각별하다. 비록 자신도 두 다리를 쓰지 못하는 장애인이지만 아직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두 손과 그들에 대한 사랑이 남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
경기 남양주시 퇴계원면 ‘나눔의 집’에서 10년째 34명의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박목사. 청년시절 술 담배 도박으로 찌들었던 밤무대 가수생활을 청산하고 ‘남아있는 두 손’으로 장애자를 돕고 살겠다며 모든 것을 버린 영화 속의 주인공같은 사람이다.
박목사는 두살때 소아마비로 두 다리를 못쓰게 됐다. 이때문에 한번도 반반한 직업을 얻지 못했던 박목사는 성년이 된 후 곧 밤무대 가수생활을 시작했다.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웠다. 때로는 다른 가수들과 함께 도박에 빠지기도 했다.
박목사의 삶이 바뀐 것은 87년 한 지인(知人)으로부터 “당신에게는 아직 두 손이 남아있다. 온 몸을 못쓰고 절망에 빠져있는 장애인을 생각하라”는 충고를 듣고나서부터.
그리고 90년 장애인들과 함께 지금의 ‘나눔의 집’이 있는 퇴계원에 왔다. 들판에 덜렁 들어서있는 비닐하우스였지만 그곳은 박목사가 장애인 식구들과 함께 거처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다. 박목사는 그곳에서 밤낮으로 장애인들 수발을 들기 시작했다.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의 밥을 떠먹이고 용변도 받았다.‘모두에게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몸보다 더 심하게 마음을 다친 이들을 위해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삶의 의욕을 심어줬다.
박목사의 정성 탓인지 함께 생활하던 장애인들도 생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심한 폐병을 앓다 가족에게 버림받은 초등학생 민영(13·가명)이는 박목사를 “아빠”라고 부르며 재롱을 떨기 시작했고 “시인이 되겠다”며 휘어진 손가락으로 시를 써내려가는 서주관씨도 시를 통해 희망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가난하고 힘들지만 결코 외롭지 않다는 박목사는 오늘도 ‘남아있는 두 손’으로 ‘온몸을 못쓰는 사람’들을 어루만지며 살아가고 있다. 0346―571―5589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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