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전북 다이노스의 간판 수문장 이광석(24).
21일 제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제4회 삼보컴퓨터 FA컵 축구대회 결승전이 끝난 후 그는 맥빠진 어깨를 늘어뜨리며 운동장을 걸어 나왔다.
0―3 참패. 94년 팀 창단 이후 처음으로 우승컵을 만져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러나 이광석은 현장에 있던 축구 관계자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이광석은 19일 울산 현대와의 준결승전에서 상대 공격수의 융단 폭격을 동물적인 순발력으로 모두 막아냈고 승부차기에서도 변함없이 다섯번째 키커로 나서 사상 첫 팀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프로 2년차인 그가 독특한 ‘트레이드 마크’를 앞세워 내년 시즌 두마리 토끼 사냥을 선언한 것도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은 자신감 때문.
“우선 사상 첫 팀우승을 목표로 ‘0점대’ 실점률에 도전하고 그 다음 군에서 제대하는 국가대표 서동명과의 주전 경쟁에서 이기겠습니다.”
신장이나 경력에서 서동명에게 뒤지는 만큼 톡톡 튀는 플레이로 승부를 걸겠다는 각오.
“저 자신을 차별화해 상품성을 높일 계획입니다. 수비의 폭도 넓히고 승부차기 다섯번째 키커로서의 이미지도 더 강하게 심도록 하겠습니다.”
골키퍼가 지나치게 전진, 위험을 자초한다는 질책도 많지만 프로의 세계에서 ‘색깔’이 없으면 통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내년엔 김도훈이 일본 빗셀 고베에서 복귀하는데다 약점인 게임메이커도 보완되는 만큼 우승은 얼마든지 가능해요. 지켜 보세요.”
최만희 전북 감독은 이광석의 당찬 선언에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