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동팀을 지휘해온 청와대 박주선(朴柱宣)법무비서관은 앞서 배씨의 사위집에서 나온 문건이 사직동팀 최초보고서임을 극구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배씨의 변호인이 공개한 ‘조사과 첩보’(1월14일 작성) ‘검찰총장 부인 관련 유언비어’(1월18일 작성) ‘유언비어 조사상황’(1월19일 작성) 등 세가지 문건은 사직동팀 문건이거나 사직동팀조사 내용을 토대로 누군가가 재가공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관련자들의 구체적 진술내용과 나름대로의 판단, 연씨의 코트 반품날짜(1월8일) 등이 담겨 있다. 배씨가 문건을 건네받은 날이 사직동팀의 내사착수 직후인 1월21일인 점도 사직동팀 문건일 가능성을 높게 해준다.
어쨌든 이 문건은 연씨를 중심으로 한 위증과 은폐조작의혹의 고리를 규명할 수 있는 자료로 보인다. 이 문건을 누가 왜 연씨측에 전달했는지, 연씨는 또 왜 배씨에게 갖다줬는지 등이 우선 궁금한 사항이다. 이에 관한 의문이 풀린다면 최병모(崔炳模)특별검사의 말처럼 ‘감자줄기가 줄줄이 당겨져 나오듯이’ 옷사건의 진상규명은 시간문제라고 할 수 있다.
옷로비의혹의 실체와 관련해 사직동팀 추정 문건에 나타난 판단과 라스포사 정일순씨측 변호인의 추측이 관심을 끈다. 즉 처음에는 연씨가 로비와 상관없이 코트를 외상구입했다가 나중에 문제가 복잡해지자 사회적 지탄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과 감추기를 시작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다 하더라도 문제는 끝이 아니다. 사건의 본질은 로비의혹을 규명하는 것이지만 이젠 그에 못지 않게 그것을 감추기 위해 벌어진 거짓말과 말맞추기에 의한 축소조작의 전모를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특검팀이 밝혀야 할 문제는 또 하나 추가됐다. 신동아그룹 최순영회장 부인 이형자씨의 당초 로비대상은 연씨가 아닌 ‘훨씬 윗선의 제3자’라고 정씨측이 특검팀에 말했다고 한다. 이런 소문은 검찰수사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나돈 바 있다. 사실이라면 그 로비대상은 과연 누구인지, 로비가 실제로 있었는지 등이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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