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페놀A 환경호르몬 '고개숙인 남성' 만든다

  • 입력 1999년 11월 22일 23시 58분


환경호르몬이 남성의 발기능력을 시들게 한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국내의료진에 의해 발표됐다.

고려대안암병원 비뇨기과 김제종(金濟鍾)교수 문두건(文斗建)박사팀은 최근 낙동강에서 다량검출돼 문제가 되고 있는 환경호르몬 비스페놀A를 뉴질랜드 흰토끼 40여마리에게 투여한 결과 발기능력이 뚝 떨어졌다고 최근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대한비뇨기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밝혔다.

현재 환경호르몬이 ‘유사 여성호르몬’을 만들어 고환을 수축시키고 수컷을 암컷화한다는 연구와 논문은 전세계에서 많이 발표됐지만 여성호르몬과 직접 관계가 없는 발기부전을 일으킨다는 실험결과는 이번이 처음. 특히 이번 실험에서 비스페놀A를 투여받은 쥐는 음경조직이 망가졌지만 고환조직에는 별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30여마리의 토끼에게 이틀 간격으로 6회에 걸쳐 몸무게 1㎏에 비스페놀A 150㎎을 투여한 다음 △4주 경과군(群)과 △8주 경과군의 성기에서 발기를 담당하는 음경해면체 평활근을 잘라내 토끼의 몸과 똑같은 산소 및 영양상태의 환경을 가진 유리컵 안에 보관했다.

그 다음 이완반응을 일으키는 약물을 넣었더니 4주 이상 경과군은 팽창력이 뚝 떨어졌으며 8주 이상 경과군은 거의 발기되지 않았다.

김교수는 “토끼의 음경해면체 조직이 두꺼워져 해면체에 혈액이 들어가기 힘들어 발기가 안되는 것”이라고 설명.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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