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의대 춘천성심병원 마취과의 신근만교수(39). 90년초 한 70대 식도암 환자가 병실을 데굴데굴 구르며 고통스러워하자 이렇게 물었다. 신교수는 밤새워 책을 보며 공부하면서 네 차례의 시도 끝에 마침내 통증을 잡았다.
환자는 5개월 뒤 ‘편안히’ 숨졌고 이 과정에서 병원에는 통증클리닉이 생겼다. 신교수는 91년 팔다리가 저리고 바싹바싹 타들어가면서 아픈 ‘반사성 교감신경 위축증’ 환자를 새 치료법으로 고칠 때도 환자에게 똑같이 물었다.
신교수는 “국내 첫 시술법을 연거푸 성공한 것은 의사를 믿고 따라준 환자들 덕분”이라고 말한다. 94년 클리닉을 확장했으며 지금은 신교수와 홍순용(46) 임소영(34) 정배희교수(34) 등이 1년에 6000여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다.】
◆통증, 알면 잡는다
신교수는 통증은 일종의 사이렌이라고 말한다. 자극이 일정한 세기를 넘어 몸에 해가 될 성싶으면 통각신경이 흥분돼 아픈 것. 그러나 사이렌이 계속 울리면 만성통증으로 고통받게 되므로 어딘가 아프면 푹 쉬면서 사이렌을 꺼줘야 한다. 통증을 무작정 운동으로 풀려는 것은 ‘야만행위’.
한편 홍교수는 “통증을 왜 치료해야하는지는디스크질환을예를 들면 명확해진다”고 말한다.
디스크질환의 90%는 신경에 탈이 없으므로 대부분 ‘자연스럽게’ 낫는다. 이 경우 일부에서는 필요없는 ‘대수술’을 하는데 다른쪽에선 이를 두고 과잉진료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수술받지 않으면 환자는 2,3년 동안 극심한 통증을 안고 살아야 한다. 이때 대안(代案)으로 ‘신경치료’가 필요한 것.
치료팀은 디스크질환이 생기면 PLA2라는 효소와 사이토카인이라는 면역물질이 많아지고 염증이 생기면서 통증이 일어나고, 또 뇌로 가야할 신경전달물질이 염증부위로 되돌아와 ‘통증의 악순환’에 빠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들은 97년 11월부터 지금까지 △척추 옆 공간에 주사바늘을 집어넣어 통증 유발 물질을 씻어주는 ‘전부(前部) 경막하 차단술’과 △주사로 약물을 넣어 신경전달물질의 생성을 막는 ‘척추 후근신경 차단술’을 병행해 1000여명을 치료했다. 85%는 시술 직후 ‘거짓말 같이’ 나았다.
신교수는 “환자 신경부위의 활동을 억제해 통증을 줄이는 통증의학은 약물요법과 수술요법의 한계를 벌충한다는 뜻에서 ‘제3의 의학’으로 불린다”면서 “원인질환의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불필요할 때 유용하다”고 말했다.
◆통증을 잡는다
치료팀은 이에 앞서 94년 ‘3차 신경통 미세압박술’을 첫 도입했다. 3차 신경통은 전선껍질이 벗겨지듯 얼굴 신경다발의 껍질이 벗겨져 뇌혈관과 부딪히면서 스파크가 일어나 아픈 것.
미세압박술은 바늘이 달린 미세관을 광대뼈 아래 ‘달걀모양구멍(난원공·卵圓空)’에 넣은 다음 작은 풍선을 불려 신경을 눌러주는 방법이다. 기존엔 전신마취 후 수술로 혈관과 신경을 분리하는 방법을 썼지만 1%가 사망하고 3%가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있었다.
치료팀은 발 다한증(多汗症), 발 냉증(冷症), 무릎관절염, 압박골절, 만성두통, 오십견(五十肩), 대상포진후 신경통 등 100여 가지의 통증을 고치고 있다. 지방병원이지만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환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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