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름만 신당이어선 안된다

  • 입력 1999년 11월 25일 18시 51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어제 열린 (가칭)새천년 민주신당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식에서 치사를 통해 “21세기의 혁명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정치세력으로서 신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또 전국정당과 정치안정의 구심점으로서 신당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창당 준비위원들은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도덕적이고 정직한 정치를 실현하겠다”고 결의했다.

옳은 얘기들이고 말처럼만 될 수 있다면 신당 창당은 참으로 경하해마지 않을 일이다. 그러나 신당 창당과정을 지켜보는 우리로서는 쉽게 박수를 보낼 수 없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더구나 일부에서는 내년 총선에 대비해 급조되는 ‘또하나의’ 정당이 아니겠느냐, 이름만 바꾸는 ‘DJ당’에 불과하지 않으냐는 냉소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정당정치가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려면 정당은 좁게는 당원, 넓게는 유권자인 국민의 참여와 지지하에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과거의 우리 정당은 집권자나 특정지역을 기반으로 한 몇몇 정치지도자들의 이해에 따라 급조되거나 사라지고는 했다. 현집권여당인 국민회의 역시 그동안 여러 차례 당의 이름이 바뀌면서 오늘에 이른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신당은 어떤가. 그동안의 창당 과정이나 절차 등을 보면 여전히 ‘밑으로부터의 정당’과는 거리가 멀다. 정치적 신념을 같이 하는 당원들의 모임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참신성과 전문성을 앞세운 개혁정당, 전국정당을 표방한다지만 일부 창당준비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군소 명망가’에서부터 구태정치의 때가 묻은 인사까지 뒤섞여 있어 신당의 정체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런 상태에서 과연 새로운 시대의 비전을 제시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까.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앞으로 국민회의와 통합할 신당의 ‘당내 민주화’문제다. 지금처럼 대통령인 총재의 1인 지배체제가 계속된다면 그것은 실로 이름만 신당인 ‘또하나의’ 정당에 불과할 것이다.

최근 치러진 서울시 6개구 구의원 8명을 뽑는 재보궐선거에서 국민회의가 내천한 후보가 전원 낙선했다. 비록 ‘작은 선거’라고 할지라도 집권여당은 민심이 왜 돌아서고 있는지 냉철한 눈으로 주목해야 할 것이다. 국민이 신뢰하지 못하는 정치, 거짓과 임시방편적인 술수가 거듭되는 한 새로운 정당을 만든다고 해도 그것이 국민과 나라를 안정시키는 구심점이 되기는 어렵다.

모쪼록 새로 태어나는 신당은 이러한 비판의 소리를 적극적으로 소화하여 명실공히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당으로 자리잡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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