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안지 바꿔치기’ 같은 입시부정이 간혹 적발되기는 하지만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예체능계 입시는 사정이 다르다. 잊혀질 만하면 한번씩 터져나오는 게 예체능 입시부정이다. 이번에도 이른바 명문대 음대에서 교수가 포함된 입시부정 사건이 적발됐다. 그동안 교육당국은 당국대로 갖가지 방법을 동원했건만 비리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유독 예체능계 입시에서 부정이 많은 이유는 뭘까.
▽예체능 입시를 들여다 보자. 예체능계에서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어릴적부터 맺어진다. 인연은 성인이 될 때까지 이어지게 된다. 그것도 일반 교실 처럼 스승과 제자가 일정 거리를 두고 앉는 것이 아니고 1대1로 밀착돼 배우고 가르치는 행위가 이뤄진다. 시간이 흐른 후 스승은 대학입시에서 제자를 채점하는 입장이 되기도 한다. 커튼을 가리고 치러지는 음대 실기시험에서 채점위원들은 제자의 연주를 본능적으로 가려낸다. 이같은 사제관계속에서 비리의 유혹은 달콤하다.
▽우리 예능계는 규모가 작다. 한두사람만 건너면 구성원들 서로가 연결되게 마련이다. 특히 실기시험이 합격을 좌우하기 때문에 이번 사건처럼 몇명이 짜기만 한다면 입시부정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러니 실기시험에서 평가권을 쥐고 있는 예능인들이 각자 공정한 자세를 유지하고 사명감을 갖는 것이 비리를 막는 길이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교육당국이나 학부모가 항상 ‘감시의눈’을크게뜨는 수밖에 없다.
홍찬식〈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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