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진실규명 작업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지금까지의 특검팀 수사결과는 권력의 배후에서 전개된 축소은폐 음모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의 대체적 윤곽을 그린데 불과하다. 국가 사정(司正)기능의 정점(頂點)에 있던 사람들이 권력을 사정(私情)에 활용해 기밀문서인 내사자료를, 그것도 내사당사자측에게 함부로 유출한 것만 해도 중대한 범죄다. 하물며 진실을 감추려고 조직적으로 축소조작을 획책했다는 의혹까지 사실로 드러난다면 국가기관과 정권의 도덕성, 신뢰성의 기반은 무너지고 마는 셈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특별지시로 뒤늦게나마 진상규명 작업이 활기를 띠게 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6개월전 검찰수사 당시 김대통령이 언론의 옷사건 보도태도를 ‘마녀사냥’으로 비난했던 것을 생생히 기억하는 우리로서는 금석지감(今昔之感)을 느낀다. 당시 박비서관의 거짓보고로 권력 핵심부가 대통령의 눈과 귀를 얼마나 철저히 막아버렸던가를 알 수 있다. 청와대대변인이 ‘대통령의 의지’라며 강조했듯이 이번 수사는 또다른 ‘도마뱀꼬리 자르기’가 아닌, 말 그대로 투명하고 철저하게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한편 사직동팀 최종보고서를 보관해온 신동아그룹 박시언(朴時彦)고문의 문건입수경위가 밝혀지면서 신동아그룹측이 김전총장을 상대로 끈질긴 로비를 벌인 의혹이 새로 제기됐다. 검찰이 당초 신동아그룹 외화밀반출사건 수사도중 ‘외자유치협상’을 이유로 수사를 갑자기 중단한 배경에는 김전총장을 상대로 한 로비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이 모든 의혹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서는 우선 김전총장과 박비서관에 대한 구속수사가 불가피하다. 두사람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응징은 국가기강과 공직풍토를 바로잡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현행 특검법상 특검에 의한 수사가 불가능하다면 검찰을 통해서라도 당장 그렇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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