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인권단체, 사람답게 살수있는 세상 만드는 파수꾼

  • 입력 1999년 11월 29일 19시 12분


“자식과 남편이 고문당하는 동안 어둠 속에서 고통받은 어머니들의 절규에 귀를 귀울여 주십시오….”

매주 목요일 오후마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목요집회’를 갖는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회원인 임기란씨(64·여). 85년 서울대에 다니던 운동권 아들의 구속을 계기로 민가협 회원이 된 임씨는 25일로 307회째를 맞은 목요집회에 단 한차례도 빠지지 않고 참가했다.

이날도 50여명의 회원과 함께 최근 연이어 폭로되고 있는 고문피해자들의 피해사례 등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를 목청을 높여 고발했다.

국내 인권운동의 역사는 암울했던 유신시대에 각종 시국사건으로 수많은 정치범이 생겨나면서 민가협 등 구속자 가족들의 모임이나 종교관련 인권단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인권위원회나 천주교 인권위원회 등도 이때 생겨나 활발하게 인권옹호활동을 펼친 대표적인 종교인권단체들.

당시만해도 인권운동은 독립된 영역의 운동이라기보다는 반독재 민주화운동을 위한 저항운동의 성격을 가졌다.

그러나 86년 부천서 성고문사건과 87년 1월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 등이 인권운동의 기폭제 역할을 하면서 ‘인권’은 사회운동세력에 독립적인 화두로 자리잡아갔다.

93년 설립된 인권운동사랑방은 전문적인 인권운동을 표방한 대표적인 인권단체. 80년대 저항적 인권운동의 협소한 인권개념에서 벗어나 ‘인권의 다양성’이라는 개념을 국내 인권운동에 도입해 인권운동의 지평을 넓혀왔다.

이곳에서 발행하는 ‘인권하루소식’은 다양한 국내외 인권현안과 관련된 이슈를 매일 다루면서 대표적인 ‘인권지킴이’로 자리잡은 일일 인권소식지.

93년 3월 창간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A4용지 2,3장 분량으로 발행돼 팩스와 인터넷 등을 이용해 배포되고 있는 이 소식지는 11월 19일로 지령 1500호가 발행됐다.

이 단체는 해마다 인권영화제도 개최해 인권과 관련한 문제의식을 문화적으로 확산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다.

법률적 구제활동을 통해 인권옹호에 앞장서는 변호사들의 모임인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회(민변)’도 90년대에 들어와 활동이 두드러진 인권단체 가운데 하나.

부천서성고문사건과 박종철군고문치사사건을 계기로 소장 인권변호사들이 주축이 돼 88년 설립한 민변은 이전의 현장활동 중심의 인권운동을 제도적 법률적 인권보호의 영역으로 한 차원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치범에 대한 형사변론뿐만 아니라 국가보안법 등 국제인권기준에 맞지 않는 각종 법률의 개폐운동, 전자주민카드시행 반대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권옹호와 법률민주화운동을 벌여왔다.

이처럼 인권운동단체들의 화두는 그동안 강조해 온 ‘자유권’의 차원을 넘어 ‘사회권’으로서의 인권에도 관심을 돌려가고 있다.

즉 신체적 인권뿐만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인권을 보호하고 신장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

최근 소수자들의 인권을 옹호하는 단체들이 속속 생겨나는 것도 이같은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경기 성남시와 안산시 등 주요공단지역에 설립된 외국인노동자의집이나 동성애자인권모임 등이 대표적인 경우.

인권운동사랑방 박래군(朴來群)사무국장은 “아직도 경찰의 검문에 가방을 열어 보여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등 자신의 ‘권리찾기’에 둔감한 시민이 많은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권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하루아침에 생겨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인권단체들도 시민의 인권교육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NGO취재팀〓권순택(지방자치부 차장·팀장) 김진경(생활부) 윤영찬(정치부) 이 진(경제부) 홍성철(사회부) 선대인(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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