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주행중 피로, 교통사고 10% 차지

  • 입력 1999년 11월 29일 19시 12분


“한 주는 낮에, 그 다음주는 밤에 근무하다보면 몹시 피곤하죠. 아무리 참으려 해도 운전도중 졸음은 쏟아지고….”

택시 운전사 박모씨(35·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말이다. 박씨는 서울시내 택시회사의 일반적인 근무형태인 1일 2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화물차와 고속버스 시내버스 등 대형 차량 운전사들도 늘 피로한 상태에서 운전하기는 마찬가지.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이 올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버스와 화물차 등 대형 차량 운전사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63.3시간으로 나타났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세계 운수업 노동자에게 권고하고 있는 주당 40시간은 물론 근로기준법상 정해진 근로자 주당 노동시간(44시간)이 무색할 정도다.이 때문에 96년 전국자동차노조연맹이 대형 차량 운전사 1838명을 상대로 피로도를 조사했을 때 68.8%가 ‘항상 피곤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로는 주의력을 떨어뜨리고 졸음에 빠지게 하는 안전운전의 ‘적’. 피로하면 하품을 하고 눈이 침침해지면서 주의력이 떨어지며 돌발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치명적 사고를 초래하곤 한다.

전문가들은 과속 음주운전에 이어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운전자의 피로를 꼽는다. 전체 교통사고의 10% 이상이 운전자의 피로로 인해 발생한다는 것.

자동차노조연맹 관계자는 “대형 차량 운전사들은 여전히 주당 60시간 이상을 운전하고 있다”며 “형편없는 보수를 보충하기 위해 무리한 운행을 해야하는 직업 운전사들의 근무환경이 하루빨리 개선되야 한다”고 말했다.

운전자의 피로는 직업 운전사에게만 국한된 증세는 아니다.

격렬한 운동이나 정신적 스트레스, 잘못된 운전습관 등으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많은 운전자가 운전중 피로를 느낀다.

올 8월 충북대 심리학과 이순철교수팀은 심장박동과 뇌파 분석을 통해 “운전자는 통상 운전대를 잡은 지 30분쯤 지나 가장 높은 피로도를 보이며 이후 높아졌다 낮아졌다를 반복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피로로 인한 자동차사고의 62%가 출발 2시간 안에 발생한다는 외국의 연구결과와도 부합하는 것. 전문가들은 피로를 느낄 때 △차안에서 간단한 체조를 하고 △껌을 씹거나 환기를 시키며 △동승자에서 말을 걸고 음악의 볼륨을 높이는 등의 방법을 사용해 보는 게 좋다고 말한다.

그래도 효과가 없으면 무조건 안전한 장소에 차를 세우고 토막잠을 잘 것을 전문가들은 권하고 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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