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한중일은 2차대전을 전후한 갈등의 역사를 아직 제대로 청산하지 못해 실질적 유대감에서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중국과 일본은 과거사 문제로 매끄럽지 못한 국가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그래서 한국의 중간역할은 매우 중요해 보인다.
또 지구촌에 벽이 없어진다는 21세기 정보화시대에 블록화가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경제기구라면 세계무역기구(WTO)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WTO는 미국과 유럽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것이 다수 중진국 및 후진국들의 비판이다.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라는 블록경제기구를 주도하면서 WTO 교역질서도 강조하고 있다. 유럽도 유럽연합(EU)을 바탕으로 지역국가들의 공동이익을 WTO에 반영하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의 ASEAN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속해 있는 동북아 국가들만이 지역협력체를 결성하지 못한 셈이다.
우리의 상품 수출이 미국 등지에서 빈번하게 ‘덤핑’으로 규제받은 것도 편향된 WTO 교역질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이 컸다. 그런 압력을 잘 이기고 우리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와 공동입장을 견지할 나라들과 제휴해야 한다. 세계화와 지역화를 병행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한중일은 ASEAN이라는 수출시장을 둘러싸고 경쟁관계라는 측면도 강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에 한일(韓日)정상이 일본의 자본과 한국의 기술인력을 결합시켜 수출시장에 공동진출하기로 한 것처럼 활용할 만한 상호보완적 요소도 많다.
이런 보완관계를 넓혀 공동협력이 잘 되면 이 지역의 경제적 번영뿐만 아니라 평화안보까지 보장할 협의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오래 전부터 구상한 동북아 다자안보협의체도 이 지역의 평화정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3국 정상회의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정치 안보문제를 배제했다고 한다. 이념과 체제의 이질성을 상관하지 말고 실질적 경제이익만 도모하자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경제를 넘어 평화보장 장치로 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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