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수들마저 무너진다면…

  • 입력 1999년 11월 29일 19시 13분


우리 사회에서 가장 양심적인 집단을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 교수사회라는 대답이 압도적일 것이다. 우리에게 교수라는 직업이 갖는 이미지는 서양과 큰 차이가 있다. 외국에서는 주로 지식을 생산하고 전수하는 ‘기능집단’으로 보는 반면 우리는 과거 유교문화의 최상층을 형성했던 ‘선비집단’의 역할이 더해지고 있다. 두 역할 가운데 사람들은 사회의 양심이자 지성을 대변하는 ‘선비’로서의 역할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최근 잇달아 터진 대학교수들의 비리사건은 이같은 기대를 무참하게 허무러뜨린다. 얼마전 음대 교수의 입시부정 사건은 수사 대상이 확대되면서 다른 대학에서도 비리가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이다. 엊그제는 공대 교수 46명이 관련된 입찰비리 사건이 밝혀졌다.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대형 공사에 입찰 심의위원으로 활동해온 이들은 건설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심사점수를 조작해온 혐의다. 교수들의 비리는 이뿐만 아니다. 교수채용과 관련해 돈을 주고 받은 사건이 심심치 않게 터져나오는가 하면 남의 논문을 베껴 자기 것인양 발표하는 파렴치한 행위도 반복되고 있다.

일부에 국한된 일이기는 하겠지만 이런 일들을 어느 조직 어느 집단에서나 발견되는 비리사건으로 그냥 넘어가기에는 꺼림칙한 구석이 너무 많다. 정치상황을 비롯해 요즘 우리 사회 전반에 팽배한 ‘무질서’ 현상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국민의 모범을 보여야 할 이른바 권력층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진지 오래다. 옷로비 의혹 사건을 계기로 그들의 부도덕과 비양심이 대중앞에 고스란히 속내를 드러내고 말았다. 옷로비 의혹도 문제지만 진실을 축소 은폐한 권력 핵심인물들의 행태는 더더욱 국민을 실망시킨다.

언론의 정도(正道)를 벗어난 일부 기자들의 행태도 마찬가지다. 기자가 언론탄압 문건을 만들어 정치권에 제공했는가 하면 그 문건을 입수해 사리(私利)를 취하고 상대방에 넘겨준 것도 기자였다. 이런 극도의 가치혼란 시대에 교수사회까지 비리와 부패가 만연된다면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상상하기조차 두렵다.

교수사회는 아직까지 우리 사회의 양심과 지성을 굳건히 떠받치는 기둥이자 마지막 보루가 아닐 수 없다. 교수들은 이번 비리 사건들을 그대로 지나쳐서는 안된다. 대학 내부에 뭔가 이상 징후가 있음을 알려주는 ‘경보음’이 아닌지 자세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교수들이 사회의 고질적인 부정부패에 맞서 싸우는 지성인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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