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으로 보면 국제 유가는 30달러 선을 돌파할 수도 있겠지만 내년 연중 평균 유가는 20달러 선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는 기본적으로 수급 상황에 연유한다.
◆석유파동 재연 우려
선진국들의 경우 73, 79년 두 차례 석유 파동을 겪은 후 에너지 절약정책을 생산과 소비의 양 측면에서 모두 꾸준히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아울러 97년 교토 의정서의 체결로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인 석유 등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한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줄이도록 돼 있어 과거처럼 석유에 대한 빠른 수요 증대는 없을 것이다.
공급 측면에서도 급속한 기술진보로 80년대에는 중동 이외의 지역에서 석유 1배럴을 생산하는 데 25달러의 생산비가 들었으나 현재는 10달러 선으로 급감했다. 따라서 원유가격의 급상승은 중동 이외의 지역에서 생산량을 증대시켜 가격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할 것이다.
지나친 저유가는 장기적으로 한국을 포함해 세계경제에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유가가 너무 떨어지면 생산비가 배럴당 2달러에 불과한 중동 지역만이 생산을 하게 되고 다른 지역의 유전은 폐쇄됨으로써 세계경제가 석유파동 이전처럼 중동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불안정성이 초래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유가가 오르기 전인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잘 보았듯이 중동 중남미 러시아 등 산유국들의 경제가 어려워져 세계경제에 커다란 교란요인이 될 수도 있으며, 에너지 자원을 낭비하게 되고 환경오염도 가속화할 수 있다.
이처럼 장기적으로 볼 때 내년이나 그 이후에도 석유파동의 위험성은 70년대와 달리 그리 높지 않으나 국제 유가가 일시적으로 불안정해지고 급등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상존한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세계 원유의 공급이 아직도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몇 나라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 좋은 예가 79년 이란 혁명으로 불과 몇 달 동안 이란이 원유공급을 감축했을 때 유가가 12달러에서 38달러로 급등한 것이다.
◆장기적 에너지대책을
단기적으로 유가 등락에 일희일비해서는 안되며 꾸준히 장기간에 걸쳐 일관성 있는 에너지 대책을 실천에 옮겨야만 한다. 산업의 생명선인 에너지를 정정이 불안정한 몇 나라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현실에서 무엇이 올바른 정책인가는 자명하다. 산업구조를 에너지를 덜 쓰는 고부가가치 산업 위주로 바꾸고, 소비에서도 철저히 에너지 절약을 일상 생활화하는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 현실을 보면 원유가격이 상승할 때마다 한동안 이를 부르짖다가 값이 떨어지면 다시 원상으로 회복하는 일을 수없이 되풀이했다. 생산과 소비에서 에너지절약을 철저히 실천에 옮긴 일본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우리는 세계화 개방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대변혁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기본과 기초를 튼튼히 하고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시류에 휩쓸려 우왕좌왕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길로 흔들림 없이 정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환경의 세기를 앞두고 에너지를 ‘덜 쓰고 덜 버리는’ 합리적인 소비 규범을 정착시키는 것은 나라의 기초와 기본을 튼튼히 세우는 데 지극히 중요한 요소이다. 다른 선진국들이 모두 그러하듯이 어릴 적부터 에너지 절약이 몸에 배도록 2세들을 철저하게 가르칠 필요가 있다.
정책 담당자가 30년 앞을 바라보며 에너지 대책을 수립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는 분명하다. 과거처럼 기름 값이 오를 때마다 수선만 떨다 말 것인지, 기름 값이 어떻게 되든 기초가 튼튼한 경제를 만들 것인지의 선택은 우리 스스로에 달려 있다.
에너지 이외에도 21세기가 식량전쟁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므로 식량의 자급률이 27%에 불과한 현실을 다시 한 번 철저하게 재점검해야 한다.
정창영〈연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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