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 업]訪韓 베트남전 '사진속의 소녀' 킴푹

  • 입력 1999년 11월 29일 19시 13분


“사진 속의 소녀가 평화의 사절이 돼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72년 6월. 미군의 네이팜탄 공격으로 불바다가 된 마을을 벌거벗은 채 울부짖으며 달려나오는 사진 한장은 전쟁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퓰리처상을 받은 이 사진의 주인공인 당시 9살이던 판 티 킴 푹 유엔평화문화 친선대사(36)가 사진을 찍은 AP통신 닉 우트 기자와 함께 29일 방한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퓰리처상 사진대전―20세기 고별전’에 참석해 기자회견을 가졌다.

킴 푹 대사는 “지구상의 마지막 분단국인 한국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당시 상황에 대해 그는 “전쟁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소녀가 부상 이후 겪었던 좌절과 비극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며 “닉 우트 기자 등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14개월간 17번의 수술 끝에 다시 살아난 뒤 화해와 용서의 참의미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킴 푹 대사는 “처음에는 내가 그 사진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며 “그러나 베트남 정부가 82년 나의 존재를 알고 정권 홍보용으로 이용하는 바람에 의사가 되고 싶었던 희망을 접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립묘지 서울시 판문점 청와대 등을 방문한 뒤 12월2일 출국할 예정이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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