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배인준/공돈 먹는 휴대전화

  • 입력 1999년 11월 29일 19시 56분


▽보드랍게 손에 잡히는 80g짜리 휴대전화의 위력이 대단하다. 그것에서 방출되는 전자파가 뇌손상 기억상실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유해론도 아직은 맥을 못춘다. 국내 휴대전화 가입자수는 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일반 보급이 시작된 지 11년만인 금년 8월 드디어 2000만명을 넘어섰다. 국민 2명당 1대꼴의 휴대전화 보유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보급률과 보급대수가 세계 3,4위로 가히 ‘휴대전화 대국’이라 할 만하다.

▽이미 휴대전화의 용도와 기능도 한낱 전화기가 아니다. 청소년들이 사용중독증에 걸릴 지경의 종합 장난감, 일반인들이 손금 보듯이 들여다보는 생활정보원(源)이 돼 있다. 그 기능은 더욱 눈부시게 혁신되고 있다. 머지않아 인터넷 기능이 추가된 휴대전화가 등장해 ‘포켓 속의 컴퓨터’로 탈바꿈하고 동(動)영상 휴대전화도 상용화될 전망이다.

▽휴대전화는 이처럼 국민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지만 휴대전화 업체들의 사용자에 대한 서비스는 시장팽창속도만큼 빠르게 향상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의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음질불량, 통화절단,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과장광고, 미성년자 가입, 명의도용, 해약 과정의 번거로움 등이 자주 지적된다. 특히 투명하지 못한 바가지요금 부과가 가입자들을 가장 화나게 한다. 업체 멋대로 비싼 통화료를 적용하는 사례, 가입 당시엔 무료라고 했던 부분에 대해 약관을 고쳐 요금을 부과하는 사례, 신청하지도 않은 부가서비스 이용료를 물리는 사례 등이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휴대전화 업체들은 가입자가 워낙 많아 일부 실수가 있었다고 해명하지만 인터넷 휴대전화까지 등장하는 시대에 걸맞지 않은 군색한 변명으로 들린다. 가입자 200만명을 상정해 산출한 비싼 요금체계를 가입자가 2000만명을 넘은 상황에 맞추어 인하개편해야 한다는 소비자단체들의 요구에도 메아리가 있어야 할 것이다.

배인준〈논설위원〉inj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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