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성인/대학 수시모집 부작용 많다

  • 입력 1999년 11월 30일 19시 09분


대학의 수시모집 전형이 일단락됐다. 고등학교장 추천 전형과 특수재능보유자 전형은 성격상 객관적인 선발 기준을 갖기 어렵다. 우리의 사고 방식은 면접과 서류평가 과정에서 평가위원의 판단과 자유재량에 따라 점수가 달라질 수 있는 기준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입학관리 책임자로서 불합격에 승복하지 않는 학부모들의 거친 항의에 만신창이가 된 느낌이다.

수학능력시험의 점수로 합격을 좌우하게 되는 특차 모집 및 정시 모집 전형이 남아있지만 벌써 입시를 다 치른 느낌이다. 매우 객관적인 점수로 합격 불합격을 판정하니 모두 결과에 승복할 것이고 항의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수시모집 전형의 문제점은 객관적인 선발의 잣대를 마련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추천서 내신성적 특수재능 모두 객관적인 잣대를 갖추기에는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사회적 성숙도가 따라가지 못한다. 미국에서는 추천서가 엄격한 보안 속에서 작성되고 그 내용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추천서는 공개되기 마련이고 천편일률적으로 ‘매우 우수하다’는 추천서 이외에는 쓸 수가 없다.

면접은 어떤가. 면접위원들은 수많은 청탁이나 인정의 호소에 차별을 두기가 어려울 것이다. 각종 수시모집 전형제도가 그 훌륭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성숙도가 따라가지 못해 자기소개서의 대필, 내신 부풀리기, 빗나간 특기 과외 등 숱한 부작용을 낳는다.

객관적인 잣대가 없다보니 불합격에 승복하지 않는다. 자기 아들의 과학 재능이 다른 아들의 문학 재능보다 높다는 주장이나, 자기 고등학교의 ‘미’가 다른 고등학교의 ‘수’보다 낫다는 주장이다. 자기 노력만 노력이고 남의 노력은 노력이 아니다. 얼마전 연예인 학생 한 명이 특수재능보유자 전형에 의해 합격되자 PC통신 등에서 찬반 토론이 벌어졌으나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비방하는 내용이 흘러넘쳤다. ‘도서관에서 밤새 공부하는 고3생들은 뭔가. 인기만 있으면 대학문은 자동문인가’ 등의 흥분뿐이고 논리는 없었다.

매우 이상적으로 보이는 개혁이 고등학교 교육 정상화나 사교육비 절감에 이바지하지 못하고 오히려 학력 저하와 과외 조장을 낳고 있다. 나아가 사회적 불신 풍조를 더욱 조장하고 오히려 사회의 성숙도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입시제도나 교육을 암기 능력을 측정하고 키운 것으로 무조건 매도해서는 안된다. 학력만으로 선발하지 않고 다양한 기준의 ‘여러 줄’에 의한 선발이 타당성을 갖는 반면 학력에 의한 줄이 제일 길고 중요하다는 종래의 인식을 바꾸어서는 안된다.

하나만 잘해도 대학에 들어가는 제도나, 수능의 자격시험화나, 절대평가에 의한 성적 서열의 무시나, 고등학교 평준화나, 국영수 중심의 시험 불허나 모두가 다시 생각해 볼 문제이다. 이상적으로 옳은 제도라도 현재까지 교육과 사회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보완해야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제도가 된다.

제일 좋은 방법은 대학의 완벽한 자율에 맡기는 것이다. 대학마다 설립취지, 교육목표, 학생들의 학력수준, 규모 등이 모두 제각각이다. 추천전형이 적합한 대학도 있고 특기전형이 알맞은 대학도 있으며 수능에 의한 전형이 제격인 대학도 있다. 필요하다면 대학별 고사를 치를 수도 있다. 그동안 추진하던 기본 틀을 과감히 허물어 대학마다 특성을 완벽히 살리는 전형제도 개발이 가능해져야 한다.

김성인<고려대 입학관리실장·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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