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각료회의 전망]뉴라운드 의제 합의 불투명

  • 입력 1999년 11월 30일 19시 09분


21세기에 걸맞은 새로운 무역체제를 도입하기 위한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30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에서 마침내 막이 올랐다.

회원국들은 앞으로 나흘 동안 각국의 입장을 청취하고 의견을 조율한 뒤 내년부터 시작되는 뉴라운드협상의 의제와 협상방식 등을 정리한 각료선언문을 채택하게 된다.

하지만 분야별로 회원국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어 최악의 경우 각료선언문을 채택하지 못한 채 결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EU) 협상대표단은 각각 기자회견을 열어 농산물분야에서 서로 상충되는 입장을 재천명하고 나서 이같은 부정적인 관측도 많이 나오고 있다.

▼농산물개방 첨예대립▼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는 농산물분야〓이해관계에 따라 회원국들이 양분되어 있는 가장 민감한 분야. 미국과 농산물 수출국 모임인 케언스그룹 소속 국가들은 농산물도 공산품 수준으로 무역자유화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협상을 통해 수출보조금 및 국내보조금의 전면적인 폐지와 농산물 관세의 대폭인하를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와 일본, EU 등은 농산물은 환경보호 홍수방지 식량안보 등 비교역적 기능이 많아 공산품과 다른 기준으로 협상을 벌여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농산물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가장 큰 관심사는 쌀시장 개방압력 문제. 일본이 5월 쌀의 관세화, 즉 쌀시장 개방을 단행했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쌀시장을 개방하지 않은 유일한 국가가 됐다.

물론 우리나라는 우루과이라운드(UR)협정에서 쌀의 관세화를 2004년까지 유예받은 상태지만 미국 호주 등 농산물 수출국이 또다시 쌀시장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개도룩 UR이행 촉구▼

▽전의(戰意) 불사르는 개도국〓UR협정 이행문제는 선진국과 개도국의 이해가 엇갈리는 분야. 파키스탄 인도 이집트 말레이시아 등 개도국들은 “농업 섬유분야 등에서 개도국들의 혜택을 보장한 UR협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은 혜택을 확실히 보장하고 기간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도국들은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뉴라운드 협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세다.

개도국들은 우리나라와 일본 등과 함께 WTO 반덤핑협정의 개정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이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어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 불투명한 상태다.

미국은 또 전자상거래에 대해 무관세를 영구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이를 반대하는 상당수의 개도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출범 아예 못할 수도▼

▽뉴라운드협상 불발 가능성〓회원국들은 저마다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다른 회원국들과 공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외교통상부 고위관계자는 “각료회의 기간에 분야별로 입장을 같이하는 국가들끼리 공조체제를 유지하려는 물밑협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집단대립이 계속될 경우 이번 각료회의는 선언문을 채택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내년 뉴라운드협상은 개시하지 못한 채 UR 규정대로 농산물과 서비스분야 협상만 이뤄지게 된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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