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국 풀고 정치 복원하라

  • 입력 1999년 11월 30일 19시 09분


정치에 대한 걱정과 불신이 너무 깊다. 국회는 열려 있지만 밀도 있는 의정활동과는 거리가 멀다. 정치권 스스로가 우선과제로 꼽았던 ‘정치개혁’을 다루는 특위의 활동도 지지부진해 이제와서야 활동시한연장이냐, 아니냐로 티격태격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고쳐야할 선거법도 어느 방향으로 가닥이 잡힐지 오리무중이고, 예산심의도 치밀하고 성의 있게 다루어지는 것 같지 않다.

의정 실종(失踪), 정치 부재(不在)가 한없이 길어지고 그 대신 잘못된 책임을 상대편에 전가하기 위한 명분 쌓기, 삿대질 고성 폭로 비방의 악순환만 되풀이되어 왔다. 여야가 각기 정략과 감정에만 사로잡혀 불신 반목 갈등을 거듭할 뿐 도무지 민생을 돌보는 정직하고 생산적인 정치에는 관심조차 없어 보인다. 어느 나라나 정당정치에는 여야 대치와 충돌이 없을 수 없다고는 하지만 우리처럼 극한 대치가 일상화되어 있고 ‘예외적’으로 대좌하고 타협하는 정치가 또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그런 암담한 현실이기에 이제라도 여당과 야당이 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정치복원에 관심을 보이는 데 대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새로 임명된 한광옥(韓光玉)대통령비서실장과 남궁진(南宮鎭)정무수석이 한나라당의 이회창(李會昌)총재를 예방한 자리에서 상호 나눈 얘기중에 ‘국정 파트너’ ‘신뢰와 존중’같은 키워드들이 들린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해외순방중에 “야당총재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존중한다”고 말해 경색정국을 풀기 위한 사인을 낸 것 같다.

정치가 왜 굳어지고 빡빡한 경색(梗塞)국면으로 접어드는가. 이유는 그리 복잡한 게 아니다. 여당과 야당이 서로에게 믿을 수 없게 만드는 요소를 제공하고, 상대방이 ‘죽이기’공작에 나섰다고 확신함으로써 한없이 극한적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경색 정국으로 인한 손해와 타격을 실감할 수밖에 없는 여권은 과감하고도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에 나서야 할 것이다. 힘을 가진 쪽에서 먼저 마음을 여는 게 순서다. 총재회담 등을 통해 ‘모양새’만이 아닌, 야당측의 마음을 움직이고 신뢰를 축적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은 흐트러진 민심을 수습하는 또하나의 길이기도 하다.

야당도 여당의 실책에 편승해 비방과 가투(街鬪), 그리고 일방적인 폭로로 일관하는데 대해 국민이 식상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여권의 잇단 실책과 그로 인한 민심동요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지지도가 그만큼 늘지 않고, 무당파(無黨派)만 늘어간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대여 투쟁이라 하더라도 강온(强穩)의 전략이 있고 손익분기점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