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카루소 목소리 디지털 반주로 새롭게 듣는다

  • 입력 1999년 12월 1일 19시 19분


역사상 최고의 테너로 꼽히는 엔리코 카루소(1873∼1921).

그의 고음은 찬연하고, 저음은 검은 벨벳같이 윤기가 흘렀다. 그러나 오늘날 그의 노래가 가진 참 매력을 알아내기란 쉽지 않다. 그의 목소리가 ‘유성기판’(78회전 SP판)에 조악한 음질로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목소리’는 사정이 낫다. 세기초의 녹음이란 나팔 끝에 바늘을 달아 바늘로 왁스판에 진동을 새기는 것. 나팔에 가까운 독창자의 목소리는 나름대로 또렷이 전달되지만 나팔과 거리가 먼 관현악 반주의 경우 목관악기와 현악기 소리도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최근 카루소의 목소리를 또렷한 관현악 반주로 감상할 수 있게 됐다. BMG사가 발매한 음반 ‘카루소 2000’. 컴퓨터로 기존의 반주부를 지워버리고 빈(Wien)방송교향악단의 새반주부를 덧입혔다.

물론 이런 작업에서 완벽한 감동을 기대하기란 힘든 일. 반주부를 지운 카루소의 목소리는 컴퓨터의 윤색을 거쳤다 해도 전화기를 통해 듣는 듯한 ‘먹먹함’을 지워버리기 힘들다. 반주부와 독창부의 음색 차이가 뚜렷해 양쪽이 겉도는 느낌도 받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주부의 감정표현이 뚜렷하게 전달되는 대가수의 목소리는 색다른 감흥을 준다.

전문가 아닌 일반 음악팬이 그의 노래에 공감할 수 있을지는 또다른 문제. 세기 초의 성악 표현은 오늘날의 관점에서 볼때 지나친 ‘감정과다’의 느낌을 줄 때가 많다. 절정의 부분에서 악보를 따르지 않는 경우도 흔하며, 포르타멘토(미끄러지듯 두 음을 연결하기)등을 지나치게 사용하는 느낌도 없지 않다.

카루소는 나폴리에서 출생, 1903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주역가수가 되면서 세계적 테너왕의 자리를 굳혔고 영국 이탈리아 남미 등 전세계를 무대로 독보적인 활동을 펼쳤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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