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직동팀 깨끗이 없애라

옷로비의혹사건으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난 사직동팀을 완전히 없애야 한다는 게 일반적 여론이다. 그에 따라 여권(與圈)내에서도 ‘해체론’이 고개를 드는 듯 하더니 다시 ‘존속’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것 같다. 박준영(朴晙瑩)청와대대변인은 어제 “사직동팀을 해체하는 것보다 운영을 개선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사직동팀을 없앨 경우 그 기능을 대신할 기구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발상은 문제의 본질을 보지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굳이 옷사건과 연계시키지 않더라도 사직동팀을 없애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사직동팀이 존속하는 한 옷사건과 같은 축소은폐조작 의혹을 받는 사건은 언제든지 재발할 소지가 많다고 본다. 사직동팀이 지난날 정치적 반대자나 고위공직자 재벌 등의 비위사실을 들춰내 대통령의 ‘통치기반’을 뒷받침해 왔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국민의 정부’는 과거 정부와 다르다고 아무리 외쳐봐야 사직동팀의 기본 속성은 바뀔 수 없다. 조직과 지휘체계, 운영이 그렇게 돼있기 때문이다.

사직동팀은 직제상 경찰청 형사국 산하 ‘조사과’ 조직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지휘를 받아 대통령 하명사건을 직접 조사하는 역할을 한다. 이 팀은 검찰과 경찰 등 공개 수사기관과 달리 은밀하게 활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공적(公的) 감시대상에서 벗어나 있어 수사권을 남용할 소지가 많다. 특히 법무비서관은 검사직 사표를 낸 뒤 일반직 형식으로 임명되기 때문에 아무런 수사권이 없는 상태에서 사직동팀을 지휘한다. 결국 사직동팀의 모든 것이 탈법적인 셈이다.

사직동팀 운영을 개선하겠다고 하나 이는 순간만을 모면하려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어떤 형태가 되든 청와대가 사법(司法)작용에 직간접적 영향을 끼치려는 발상은 잘못이다. 검찰과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법률에 명시한 것은 바로 그런 정신을 반영한 것이다. 청와대가 독자적 수사기구를 갖거나 수사기관을 통제한다면 정치적 악용의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청와대 민원사항, 공직자 기강문제, 대통령 친인척 관련 의혹사건 등을 조사하기 위해 사직동팀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그런 사건도 정상적 수사기관인 검경에 넘겨 독립적으로 조사토록 하는 것이 옳다.

따라서 사직동팀은 깨끗이 없애야 한다. 청와대가 특정사건을 스스로 조사하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정권에 대한 화(禍)만 초래한다는 교훈을 옷사건에서 새겨야 한다. 현정권이 진정 ‘국민의 정부’라면 사직동팀 같은 비민주적 수사조직에 집착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