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삼성 라이온즈 '돈벼락 스카우트'

  • 입력 1999년 12월 1일 19시 19분


올해 박찬호가 소속된 미국 프로야구 LA다저스가 선수연봉에 투자한 금액은 총 7900만달러(약 948억원).

다저스를 인수한 세계적인 미디어왕국 ‘폭스그룹’의 루퍼트 머독회장이 라이벌인 테드 터너가 소유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누르기 위해 아낌없이 선수를 스카우트한 결과였다.

‘우승 청부사’ 케빈 브라운을 7년간 1억500만달러(약 1260억원)의 천문학적인 액수에 영입한 것을 비롯, 토드 헌들리 등 우수선수들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다저스의 올시즌 성적은 77승85패. 선수연봉이 1700만달러(204억원)에 불과한 몬트리올 엑스포스의 68승94패와 비교해 그리 나은 성적이 아니었다.

다저스 얘기를 꺼낸 이유는 한때 자매구단이었던 삼성 라이온즈의 행보가 다저스와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이다. 삼성의 무차별 스카우트는 마치 저인망식 ‘쌍끌이 작전’을 연상시킬 정도.

올해 임창용 김기태 김현욱 김상진 진갑용 등 각 팀의 주전을 데려오기 위해 40억원(추정)을 투자했다. 이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자 시즌뒤 스토브리그에서 더욱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1차 쌍끌이’는 코칭스태프 강화. 백인천 김성근 계형철 등 ‘전문가’를 코칭스태프로 영입하면서 10억여원을 썼다.

‘2차 쌍끌이’는 ‘알짜배기’선수보강. 자유계약선수(FA)로 공개시장에 나온 투수 이강철을 8억원에 끌어왔고 포수 김동수는 계약성사단계에 있다.

삼성은 지난달 30일 김동수를 만나 ‘이강철과 동급 대우’를 제시하며 막강한 재력을 과시했다. 김동수가 예상대로 사자 유니폼을 입는다면 전소속구단에 보상할 금액까지 합쳐 둘의 ‘몸값’만 20억원이다.

이를 다 합친다면 지난해와 올해 삼성이 ‘쌍끌이 작전’에만 사용한 돈이 무려 70억원. 웬만한 구단의 1년운영비와 맞먹는 금액이다.

막대한 투자에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못한 삼성. 아마도 ‘이래도 안되느냐’는 오기를 부리는 걸까.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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