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리버 스톤의 'U턴'
U턴 할까, 아니면 좌회전이나 우회전은?
인생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길. 살아가면서 누구나 ‘인생의 도로표지판’을 수없이 만나게 된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97년 작 영화 ‘U턴’은 정말 억세게 재수없는 한 남자의 하루를 그렸다.
스톤은 베트남 전을 소재로 한 ‘플래툰’과 ‘7월4일생’으로 이미 두 차례나 아카데미 감독상을 차지했다. ‘U턴’은 이들 수상작품이나 역사와 실존 인물에 얽힌 진실을 추구한 ‘닉슨’‘JFK’ 등 그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보면 다소 가벼운 편이다. 그렇다고 ‘U턴’이 그의 작품 경향의 완전한 ‘U턴’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소재와 접근방식은 다르지만 인간에 대한 탐구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시시때때로 발생하는 인간들의 흥미로운 ‘생존 게임’을 엮고 있다. 수시로 흔들리는 화면과 극단적인 클로즈업, 사막의 열기가 그대로 배어나는 화면 연출을 통해 생존 게임에 몰두하는 인간들의 탐욕과 광기가 기괴스럽게 그려진다.
극 중 바비 쿠퍼(숀 펜 분)처럼 운 나쁜 사람이 또 있을까? 그는 이미 갱단에게 진 도박빚 때문에 손가락을 두 개나 잘렸다.
빚을 갚기 위해 돈가방을 싣고 사막을 횡단하던 중 애지중지하던 빨간 무스탕이 고장을 일으킨다. 그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U턴 표지판과 갈림길. 그는 차 수리를 위해 작은 마을에 들어서지만 처음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정비사(빌리 밥 손튼)는 무턱대고 차를 두고 가라고 하고, 그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돈은 가게에 들이닥친 강도를 향해 쏜 여주인의 총알에 맞아 휴지조각이 된다. 매력적인 여인 그레이스(제니퍼 로페즈)와 그의 남편 제이크(닉 놀티)가 빈털털이 신세인 그에게 접근, 서로 상대방을 죽여주면 돈을 주겠다는 이상한 부탁을 한다.
스톤은 작품 속의 인물들을 “하나의 통 안에 든 전갈”로 비유했다. 그의 표현처럼 주인공을 포함한 극 중 인물들에게 약속이나 사랑은 언제나 상황에 따라 버릴 수 있는 헌신짝으로 묘사된다. 이 속물들의 모습에 대비시켜 페기 리의 노래 ‘It’s a Good Day’ 등을 사용한 엔니오 모리코네의 경쾌한 음악이 인상적이다.
시시각각 상황에 따라 불안하게 흔들리는 내면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표현한 숀 펜과 풍선처럼 부푼 몸만큼 탐욕스러워 보이는 손튼의 연기가 뛰어나다. 18세 이상 관람가. 4일 개봉.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30자 촌평
△U턴〓정공법의 정치영화에서 인생의 깊숙한 모래 속으로 들어간 스톤.(심영섭)
△더 복서〓편견의 힘은 무섭다.하지만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폭력에 대한 짐 세리단 감독의 경고문.(변재란)
△엔드 오브 데이즈〓아놀드 슈워제네거의 화려한 부활. 그러나 맹목적이고 과다한 액션이 진지한 주제를 무력화한다.(전찬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