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9일 밤 11시반(현지시간). 이날 오후부터 촬영준비와 리허설로 7,8시간의 준비 끝에 하이라이트인 일본 경찰서를 폭파하는 장면을 찍을 시간이다.
유영식 감독의 ‘액션’ 사인이 떨어지자 출연자를 빼곤 모두 귀를 막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이어 ‘꽝’하는 폭파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으면서 행인들의 비명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22일부터 ‘상하이 필름 스튜디오’의 처둔(車墩) 오픈 세트에서는 장동건 정준호 김상중 이범수 김인권 예지원 등 6명의 한국 배우와 50여명의 중국인 엑스트라 등 100여명이 몰려 촬영이 진행되고 있었다.
◆제작진 50명 3개월 체류
이 작품은 1920년대 ‘의열단(義烈團)’ 소속으로 일본을 상대로 테러로 독립투쟁을 벌인 세르게이(장동건 분) 이근(정준호 분) 한명곤(김상중 분) 등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들의 삶을 담고 있다.
유영식 감독은 “이 작품은 일제 치하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불꽃처럼 살았던 남자 5명의 이야기”라며 “가려진 현대사를 재조명하는 한편, 액션과 러브 스토리 등 흥행요소도 가미될 것”이라고 말했다.
50여명에 가까운 제작진이 내년 1월까지 3개월간 숙식을 함께 하는 ‘영화원정’을 오게 된 것은 이 곳의 촬영 조건 때문. 49년 건립된 이 스튜디오는 중국 3대 스튜디오의 하나다. 시 외곽에 자리잡은 세트는 60여만평으로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20년대 남경대로(南京大路)를 재현한 거리의 주변 상가는 94년 첸 카이거 감독이 ‘풍월’을 찍으면서 직접 설계한 것으로, 프랑스식 아파트와 유럽식 건물들이 재현돼 있다.
제작사인 시네월드 측은 국내에서 20년대 풍에 어울리는 세트를 만들려면 제작비가 30억원도 부족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네월드 측이 중국 측에 지불한 비용은 8억원.
◆"실물처럼 지어 연기 도움"
주연 정준호는 “합판으로 짓는 국내와 달리 이곳 세트는 콘크리트를 사용해 실물같이 짓기 때문에 감정연기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아나키스트’의 미술작업에 참여 중인 이 스튜디오의 쩡장부(鄭長符)예술감독은 “한국과는 첫 작업인 데 연기자와 제작진 모두 열성적으로 매달리는 모습에 감탄했다”면서 “지속적인 투자로 스튜디오를 영화촬영을 겸한 관광 명소로 만드는 게 우리의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나키스트’는 내년 5월 개봉된다.
〈상하이〓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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