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놀러 나가기엔 추운 날. 종일 텔레비전 앞에 입을 벌리고 앉아 있는 아이들을 어떻게 할까.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아이와 함께 이 책 한권을 펼쳐 들자.
“이리 와서 좀 앉아보렴. 웃기는 늑대 얘기를 해 줄께. 너도 알지? 토끼, 닭 잡아먹는 무서운 늑대 말이야. 그런데 지금 얘기해주려는 늑대는 책 읽기가 특기란다. 왜 그렇게 됐냐고?”
배고픈 늑대는 여행 중이었어요. 밥 사 먹을 돈도 없고해서 농장으로 동물들을 잡아 먹으러 갔지. 그런데 농장 풀밭에서는 젖소하고 오리하고 돼지가 햇볕을 쬐면서 책을 읽고 있지 않겠니.
늑대는 “아우우우우우우∼” 소리지르며 동물들한테로 뛰어갔지. 그런데 세상에, 젖소랑 오리랑 돼지는 늑대를 쳐다보지도 않는 거야.
늑대는 기가 막혔지. “너희들 어디가 잘못 된 거 아니야? 난 무서운 늑대야.”
돼지가 늑대의 등을 떠밀면서 말했어.
“알아. 그러니까 다른 데 가서 무섭게 굴어. 책 읽는데 방해하지 말고 그만 가 줘.”
늑대는 무시 당한 게 너무 속상했어. 그래서 학교에 가서 아주 열심히 글자를 공부했지.
“좋아. 이번엔 본때를 보여주겠어.” 늑대는 농장의 동물들을 찾아가 글을 배운 솜씨로 더듬더듬 책을 읽었어.
하지만 오리가 말했지. “너 한참 더 배워야겠어.”
속이 상한 늑대는 이번엔 도서관으로 갔어. 먼지투성이 책들을 찾아 하나하나 읽었지. 아주 조금밖에 남지 않은 돈으로 서점에서 책도 샀어. 다시 농장의 동물들에게 갔을 때는….
익살스런 그림과 이야기로 아이는 물론 부모에게도 왜 책읽기가 소중한가를 자연스럽게 일깨우는 책. ‘고슴도치’는 PC통신 주부동호회에서 아이들 교육문제로 수년간 토론을 나누었던 8명의 엄마들이 만든 출판사로 이 책이 첫 작품이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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