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걷이 끝나고 눈 쌓이기 전까지 초동(初冬), 그 빈들에 나가 보자.
화가들은 이 메마른 겨울을 소재로 위대한 산수화를 남겼다. 안견 사시팔경도의 ‘초동’,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단원 김홍도의 ‘소림명월도’, 청전 이상범의 ‘초동’까지.
고갈(枯渴), 황량한 들녘, 적막한 산천, 설경산수(雪景山水)가 다 포근하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차가움. 한 해의 끝, 한 세기의 끝, 한 천년의 끝에서 벗고 비우고 이제 자기자신으로 돌아오는 시간.
오후 늦게부터 차차 흐려져 비 또는 눈이 조금 오겠다. 아침 2∼8도, 낮 6∼15도.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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