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영화시장은 미국 할리우드영화가 지배하고 있다. 할리우드는 천문학적 숫자의 제작비를 투입하는 물량공세와 첨단 기술, 뛰어난 인재를 가동하는 전략으로 세계 시장을 무차별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거대 공룡’ 할리우드의 엄청난 위세에 밀린 나머지 아예 자국영화 제작을 포기하다시피 한 나라들도 있다. 자본이나 기술 등 모든 면에서 할리우드에 경쟁상대가 되지 못하는 한국영화가 1년 사이에 국내시장 점유율을 두배 가까이 늘려놓은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일이다.
올해 한국영화가 거둔 성과는 시장점유율 등 수치적인 데에 그치지 않는다. 우선 한국영화에 대한 국내 관객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기여한 점을 꼽지 않을 수 없다. 관객들 머릿속에 ‘한국영화는 수준이하’라는 생각이 있는 한 우리 영화는 성공할 수 없다. 최근 연이어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은 이런 부정적인 인식을 깨뜨리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개방화시대에 국산영화도 우리 정서를 잘만 파고든다면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올해의 성공이 반드시 한국영화의 ‘실력’이 그만큼 향상된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국내 산업 보호라는 차원에서 한국영화에 관심이 높아졌으며 스크린쿼터를 둘러싼 미국의 개방압력과 영화인들의 저지투쟁이 맞물려 국산영화를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된 것도 관객을 늘리는 역할을 했다. 반면에 할리우드영화는 올해 이렇다할 흥행작을 내는데 실패함으로써 한국영화는 반사적인 이익을 얻었다. 이런 외부적인 환경과 여건이 달라지면 언제든 상황은 반전될 수 있다.
한국영화는 여러 호재를 맞고 있다. 다채널시대를 열게 될 위성방송이 출범하면 국산영화 수요가 급증할 것이다.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영화계로 몰려들고 있다. 이처럼 좋은 여건 아래서 영화계는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자칫 ‘우물안 개구리’식으로 안주하기를 꾀한다면 모처럼의 기회는 물거품이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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