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윤득헌/인체 게놈 프로젝트

  • 입력 1999년 12월 5일 19시 56분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쥬라기공원’은 시작이 흥미롭다. 공룡이 그득한 선사시대 주제공원에서 DNA(디옥시리보핵산)를 추출해 무성생식기술로 공룡이 창조되는 장면을 보여준다. 또 얼마전 방송인 백지연씨의 명예훼손 사건 재판이 더욱 화제가 된 것은 백씨의 아들이 전남편의 친자임이 유전자 감식법이라는 과학적인 방법으로 확인됐기 때문일 것이다.

▽DNA가 무엇이기에 쥬라기공원같은 영화의 소재가 되었을까. 유전자 감식법으로 과연 친자임이 확인되는가. 일반인들로선 쉽게 이해될 일은 아니다. DNA는 세포분열시 핵 내에 나타나는 염색체에 들어 있는 유전자 물질로서, DNA의 배열 순서는 유전적특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 미국 영국 등 5개국 연구진이 유전자 정보가 담긴 인간의 23쌍 염색체 중 22번 염색체의 DNA배열지도를 완성했다고 하여 세계 과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22번 염색체는 23쌍 염색체 중 구조는 가장 작지만 정신기능장애 등 광범한 질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기능을 제대로 밝혀내면 질병의 원인과 치료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90년에 30억달러의 비용으로 착수한 이른바 인체 게놈 프로젝트가 2003년 완성되리라고 예견한다.

▽게놈은 생물체의 유전정보 집합체를 의미한다. 인체 게놈 프로젝트는 세포 염색체에 저장돼 있는 DNA의 약 30억개 염기서열을 밝혀내 완벽한 유전자 지도를 만드는 사업이다. 이 연구는 기업에서도 열성이다. 특허권을 상품화할 수 있다는 계산때문이다. 인체의 신비를 푸는데도 비즈니스마인드가 개재되는 세상이다. 우리나라는 96년 생명공학 연구소 내에 게놈사업단이 발족했는데 한해 연구비가 10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선진국 수준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

〈윤득헌 논설위원〉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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