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전총장의 구속을 일본 신문들마저 ‘주요기사’로 안내한 이유는 무엇일까. 주요기사는 중요하거나 드물거나 흥미있는 사안일 때가 많다. 이번 사건이 일본인 독자들에게도 그런 의미를 지닐까.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번 읽어 보라고 권할 만한 ‘주요기사’의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는지도 모른다.
‘고급 옷로비 의혹’ ‘각료부인들이’ ‘뇌물을 요구하고’ ‘탈세의혹’ ‘기밀누설 혐의로’ ‘검사총장 경험자의 체포는 처음’ ‘적당히 봐달라며’ ‘청와대(대통령부)법무비서관이’ ‘검사총장의 직을 이용해’ ‘원본의 일부를 삭제하고’ ‘내부 조사보고서 유출’….
반년 넘게 끌어온 사안이라 한국에서는 별다른 감흥 없이 읽힐 단어들이다. 그러나 일본인 독자들의 시선을 끌었을 것임에는 틀림없다. 힘깨나 쓰는 사람들이 주연으로 나와 비극적인 파국을 향해 치닫는 장편의 미스터리극. 그 뒤에 보일 듯 말 듯하는 거대권력의 손.
기사를 읽은 일본인들의 뇌리에 남은 것은 무엇일까. 한때 선진국대열에 합류했다고 큰 소리 친 한국에서 아직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구나 하는 비아냥은 아니었을까.
이번 사건을 6일자에서 다시 다룬 한 일본 신문은 이 사건이 ‘정검(政檢)유착’의 문제점을 부각시켰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김대중(金大中)정권에 큰 타격을 미칠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내년 4월까지 갈 것도 없다. 이미 이 사건은 정권보다 더 중요한 한국인의 자존심에 깊고 큰 상처를 입혔다.
심규선<도쿄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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