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증시의 개미군단엔 샐리의 법칙과 머피의 법칙 중 어느 것이 더 잘 들어맞을까. 여러 통계와 다수 개인투자자들의 경험은 머피의 법칙이 압도적으로 우세함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투자자 수는 증가일로다. 97년말 133만명에서 작년말 192만명으로 늘었고 지금은 400만명 정도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머피의 법칙에 발목잡혀도 자신만은 샐리가 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믿음 또는 환상이 증시를 존재케 하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우리 증시에도 샐리가 없는 건 아니다. 96년 4월 단돈 1000만원을 빌려 주식에 투자한 지 3년8개월 만에 165억원을벌었다는중졸학력의빈농출신이모씨(35)는샐리중의 샐리라 할 만하다. 그는 수년간 하루 3시간만 자고 주가흐름을 연구, 이른바 공매도(空賣渡)투자와 데이트레이딩(동일종목 당일 사고 팔기)의 달인이 됐다니 단순한 샐리는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거래하는 종목을 똑같이 사고 판 투자자들은 대부분 실패했다. 분초(分秒)까지 그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씨 자신도 지난 86∼90년엔 비극적인 머피였다. 농지를 담보로 대출받아 주식투자를 시작했다가 1억원의 빚을 졌고 그 바람에 부친이 화병으로 사망했다. 그의 미래는 영원한 샐리일까. 주가는 주가만이 안다고 하지 않던가.
〈배인준 논설위원〉inj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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