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덕치(德治)의 위력 ▼
10년의 결혼생활. 술에 약하면서도 술자리를 워낙 좋아하는 남편은 만취돼 귀가할 때가 숱하다. 그러나 전씨는 큰소리 한번 내는 법이 없다.
신원장이 전화 한통 없이 외박한 다음날 두 사람이 나누는 ‘선(禪)문답’전화통화.
“당신, 어제 왜 안들어왔어.”
“응, 그렇게 됐어.”
그러면 전씨는 이렇게 말하고 끊는다. “그래, 알았어.”
“집안이 조용해야 만사형통입니다. 불만이 있을 때마다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다면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을 겁니다. 물론 남편이 ‘딴 짓’을 하지 않을거라는 절대적 믿음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죠.”
전씨는 9살, 7살 두 딸들에게도 절대 ‘공부타령’을 하지 않는다. 큰 딸이 50점을 받아도 혼내는 법이 없다. 다만 왜 문제를 틀렸는지 그 이유는 자세히 설명해준다.
“나중에 지겹도록 입시지옥에 시달릴텐데 어릴 때부터 스트레스를 주고 싶진 않습니다.”
대신 전씨는 아이들을 경험의 현장으로 데리고 다닌다.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도자기 미술 종이접기를 함께 배웠고 일주일에 한 번은 두 딸을 데리고 아동극을 관람한다. 몇 달전에는 성(性)을 주제로 다룬 어린이극을 봤다. 성교육을 손쉽게 시킨 셈.
▼ 지적 동등은 필수 ▼
전씨의 또하나 가정 경영철학은 ‘남편과 아내가 지적으로 동등해야 한다’는 것.
올봄 두달 동안 컴퓨터교사를 집으로 초빙해 일주일에 두 시간씩 컴퓨터를 배웠다.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거나 쇼핑도 하지만 남편, 친구들과 E메일을 교환하고 아이들 학습자료를 찾아주는데 주로 활용한다.
영어공부는 남편보다 일찍 시작했다. 3년전 큰 딸이 영어학원 유치반에 등록할 때 전씨는 주부반을 신청했다. 막내 천우(11개월)를 임신했을 때 몇 달 쉰 것을 빼면 개근이다. 이 때도 영어회화 테이프는 손에서 놓치 않았다. 이에 자극받은 남편이 1년전부터 본격적인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결혼할 때는 똑같이 출발했는데 남편은 나날이 발전하고 왜 아내만 정체돼야 하죠? 지식경영의 시대라는데 주부부터 새 밀레니엄에 필요한 지식을 갖춰야하지 않겠어요?”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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