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타임캡슐' 발의에서 결정까지

  • 입력 1999년 12월 7일 18시 29분


1998년 5월, 매사추세츠주의 한 건물 초석 밑에 묻혀 있던 타임캡슐 하나가 망치 소리와 함께 밖으로 튀어 나왔다. 100년 전 노스 미들섹스 세이빙스 은행의 설립자들이 묻은 상자를 그 후계자들이 제때에 파낸 것이다. 그 상자에는 100년 전의 신문 한 장과 열차 시간표, 일기예보 등이 들어 있었다.

노스 미들섹스 세이빙스 은행의 윌리엄 마셜 은행장은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밝은 초록색의 열차 시간표였다”면서 “그 시간표를 직접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타임캡슐의 가치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즘처럼 냉담한 태도가 유행인 시대에 타임캡슐을 제작한다는 것은 위험부담이 많은 일이다. 그래서 뉴욕타임스 매거진의 편집회의 시간에 타임캡슐에 관한 이야기가 처음 나왔을때, 회의에 참석한 부장들은 그리 달갑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회의가 끝난 후 삼삼오오 모여서 수다를 떠는 동안 사람들은 점점 타임캡슐을 만들자는 생각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경영진은 6만 달러의 예산을 할애해주었다. 이 예산을 보고서야 부장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타임캡슐을 제작하는 것이 문장을 잘 쓰기 위해 고심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작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타임캡슐 팀이 정식으로 구성되었다. 뉴욕타임스 매거진의 부장들, 디자이너들, 뉴욕타임스의 건축 비평 담당 기자, 역사학자로 이루어진 팀이었다. 이들은 고고학자와 지질학자, 그리고 물체 보존 분야의 전문가를 불러 모았다.

동전과 신문으로 가득 찬, 흔하디 흔한 타임캡슐을 또 하나 만들어내는 것에 그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래도 첨단기술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았다.

◆종이에 잉크로 인쇄

그래서 1월에 열린 전문가 회의에서 매거진 부장들은 CD롬이나 웹사이트를 이용하자는 설익은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그러나 그들은 디지털 정보를 저장하는 매체가 길어야 20년을 버티지 못하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없으면 그 정보를 읽을 길이 없다는 점을 끈기 있게 설명해주었다.

전문가들은 매거진의 부장들이 거의 완전히 무시했던 아날로그 저장방법, 즉 종이에 잉크로 인쇄를 하는 방법을 만장일치로 추천했다. 제대로 된 용기에 넣어 보관한다면, 종이에 인쇄된 문자와 그림은 1000년을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물질 보존 전문가들은 또한 아날로그의 ‘마라톤 형식’이라고 불리는 HD―로제타 디스크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었다. 이것은 로스 앨러모스 국립 천문대가 기밀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개발한 것으로, 이온빔을 이용해서 쿠키만한 크기의 니켈 디스크에 9만 페이지 분량의 문자와 그림을 새길 수 있는 방법이었다. 이 디스크에 담긴 정보는 현미경을 사용해서 읽을 수 있다.

타임캡슐에 넣을 내용물의 저장방법 다음으로 제기된 문제는 내용물을 어디에 넣을 것이며, 후손들이 타임캡슐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무엇인가에 관한 것이었다.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 중 하나인 그레고리 벤포드는 캡슐 자체가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끌만큼 아름답다면 오랫동안 존속할 가능성이 높은 문화 기관, 즉 대형 도서관이나 박물관에 맡기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수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 참모습 알리게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상자를 만들어서 그것을 신성한 땅, 즉 파헤쳐지거나 변형될 가능성이 적은 땅에 묻자는 제안도 나왔다. 그러나 19세기부터 지금까지 약 1만여개의 타임캡슐이 땅에 묻혔지만 대부분이 그냥 사라져버리고 말았다는 사실이 문제였다.

매거진 부장들은 타임캡슐의 내용물에 대한 토론을 시작했다. 타임캡슐에 흔히 들어가는 중요한 물건들, 예를 들어 성경이나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1000년이 흐른 후에도 여전히 사람들 곁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컸다.

◆자연사 박물관 전시

매거진 부장들은 타임캡슐이 보관될 장소가 반드시 뉴욕 시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뉴욕 시내에서 타임캡슐을 묻을 수 있는 가장 분명한 장소는 센트럴 파크 한 곳밖에 없었다. 그래서 두 명의 부장이 공원의 감독을 맡고 있는 헨리 스턴을 만나러 갔다. 그러나 스턴의 대답은 그리 희망적인 것이 아니었다. 공원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바꾸려면 공원과 인접한 모든 구역 주민들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그 밖에 센트럴 파크 관리위원회와 역사학회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의 승인도 필요했다.

매거진 부장들이 센트럴 파크 다음으로 접촉한 곳은 자연사박물관이었다. 유물을 보살피며 매일을 보내는 자연사박물관의 큐레이터들은 타임캡슐의 수호자가 된다는 생각에 흥분했다. 그리고 1000년에 걸친 전시를 기획하기 시작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millennium/m6/capsule-hit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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