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마따나 사람처럼 환하게 웃을 수 있는 동물은 없다.
TV나 동물원에서 원숭이가 헤벌쭉하거나 킥킥대는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웃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무엇인가 두려울 때의 표정. 원숭이는 입을 씰룩대면서 친밀감을 표시할 뿐, 사람처럼 즐겁게 웃지 못한다. 지난해 미국 보울링그린대 연구팀은 쥐가 즐거울 때 높은 음조로 찍찍대는 것을 발견, ‘뉴사이언티스트’지에 발표했지만 이것도 웃음이라고 볼 수는 없다.
요즘 과학자들은 사람만 갖고 있는 이 웃음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에선 과학자들이 웃음과 건강에 대한 연구를 쏟아내고 있으며 병원들은 웃음을 질병치료의 수단으로 쓰고 있다. ‘하루 한번 실컷 웃으면 의사를 멀리 할 수 있다’는 속담이 사실로 입증되고 있는 것. 일부러라도 웃기 시작하면 삶이 달라진다.
★웃음의 메커니즘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웃게 되는지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과학자들은 왼쪽 이마엽(전두엽·前頭葉)의 아래와 뇌중간 윗부분이 겹치는 영역이 웃음을 관할한다고 본다. 이 부분은 이성적 판단을 주관하는 이마엽과 감정을 맡는 변연계가 만나는 곳. ‘A10영역’이라 불리며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많은 신경세포들로 빼곡히 차있다.
올초 미국 UC샌프란시스코 연구팀은 16세 소녀의 왼쪽 전두엽을 전기로 자극했더니 약한 전류에선 미소를 지었으며 강한 전류에선 깔깔 웃으며 쾌활하게 행동했다고 ‘네이처’지에 발표.
★웃음은 보약(補藥)보다 낫다
웃음은 일종의 유스트레스(Eustress·좋은 스트레스).
웃을 때는 얼굴에 있는 15개의 근육이 움직이며 특히 포복절도할 때엔 신체 내부기관이 진동하면서 혈액순환이 잘 된다. 호흡량도 늘어난다. 스탠포드대 윌리엄 프라이박사는 “20분 동안 웃는 것은 3분 동안 격렬하게 노젓는 것과 운동량이 비슷하다”고 했다.
웃고 나서는 몸이 쫙 풀리면서 적대감 분노 등이 누그러진다. 과학자들은 웃고나면 면역력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미국 로마린다의대 리 버크교수와 웨스틴뉴잉글랜드대 캐슬린 딜런박사 등은 사람들이 코미디프로그램을 보고나면 우리 몸의 군대격인 백혈구와 면역글리불린은 많아지고 면역을 억제하는 코르티졸과 에프네피린이 줄어드는 현상을 발견했다.
또 웃는 동안 뇌에서 엔돌핀과 엔케팔린(그리스어로 ‘머리 안에’라는 뜻) 등의 물질이 나와 고통이 줄어들고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것도 확인됐다.
웃음은 일의 효율도 높인다. 미국에선 IBM이 매년 뉴욕에서 열리는 중역회의 때 존 모리얼이라는 유머컨설턴트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 등 기업들이 웃음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렇다면 억지로 웃는 것도 효과가 있을까? 미국 UC샌프란시스코의 폴 에크먼박사는 “사람이 특정한 감정표현을 흉내내면 몸도 거기에 따른 생리적 유형을 띤다”면서 일부러라도 웃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
★웃음은 질병의 보조치료제
UCLA 교수였던 고 노먼 커즌즈박사가 79년 강직성척추염에 걸렸다 회복되고 나서 ‘병의 해부’라는 책을 발간했다.
그는 웃음을 비롯한 긍정적 사고가 질병을 치유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고 곳곳에서 이를 입증하는 연구들이 뒤따랐다.
현재 미국에선 듀크대종합암센터 뉴욕향군병원 버몬트메디컬센터 등 수많은 병원에서 유머도서실과 유머이동문고 등을 운영하고 있다. 뉴욕의 콜럼비아장로교병원에선 코미디치료단까지 발족했고 올초 하버드대에선 ‘유머치료’를 주제로 대규모 심포지엄도 열렸다.
우리나라에선 유머치료를 도입한 병원은 없지만 가정에 중환자가 있을 경우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주고 즐거운 비디오를 보여주는 것이 좋다.
(도움말〓연세대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고경봉교수, 울산대의대 서울중앙병원 정신과 홍진표교수)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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