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영(崔鍾泳)대법원장은 6일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재판이 공정한지 여부는 수요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판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왠지 군림한다는 인상을 줘온 사법부의 수장(首長)이 ‘수요자’라는 경제학 용어를 쓰는 것부터가 변화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그는 “법적 안정성을 구실로 과거의 관행에 안주한다면 법원의 미래는 없다”고도 말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법원장들 뿐만 아니라 많은 재야법조인들도 ‘정말 맞는 말’이라는 생각에 새삼스레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최대법원장도 지적했듯이 국민 가운데는 문턱높은 법원의 현주소를 놓고 ‘누구를 위한 법원인가’라며 반문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학계와 시민단체들 사이에는 대전법조비리 등이 터졌을 때 ‘사법감시’를 부르짖고 ‘사법참여’를 실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한 원로 변호사는 “‘타율의 칼’이 작동할 수밖에 없는 급박한 형국에서 사법부의 수장이 교체되고 사법부의 면모가 날로 새로워지는 것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사법부의 내부로 눈을 돌려보면 고쳐져야 할 것들이 아직도 너무 많이 남아 있다.
한 중견 변호사는 “무엇보다 당사자들이 승복하는 재판을 해야 한다. 그리고 권력을 법치주의에 맞게 통제하고 인권을 보호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법관들이 깊이 고뇌해야 한다”고 훈수했다.
최대법원장과 사법부 구성원 모두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최영훈<사회부> c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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