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한다면 한국판 ‘링’이 좀 더 무섭다. 왜냐하면 한국판과 일본판의 줄거리나 화면 구성이 거의 똑같은 탓에 내용을 미리 알고 보는 영화의 공포가 처음만 할 리 없기 때문.
하지만 다 알고 봐도, 일본판 ‘링’이 전달하는 공포의 강도는 만만치 않다. 한국판에는 없는 섬뜩한 장면들이 관객을 자주 놀라게 한다. 저주가 담긴 비디오를 본 사람들이 죽을 때 금속성 음향과 함께 공포에 질린 얼굴이 클로즈업되거나, 비디오에서 튀어나온 귀신의 눈동자가 나오는 장면 등이 특히 그렇다.
사건의 전개는 일본판 ‘링’이 더 간결하고 빠르다. 한국판에서는 주인공들이 비디오에 실린 저주의 비밀을 풀기 위해 몇 단계를 거치지만, 일본판에서는 철학강사의 염력으로 그냥 비밀이 풀려버린다.
스즈키 코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나카다 히데오 감독의 ‘링’은 98년 일본에서 개봉돼 150만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올 3월 브뤼셀 환타스틱 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 12세 이상 관람가. 11일 개봉.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