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희들 제자 가운데 전손 사와 복상이 있습니다. 이들 중 과연 어느 쪽이 더 머리가 좋습니까?”
그러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전손 사는 지나치고 복상은 모자란다.”
“그렇다면 결국 전손 사가 더 낫다는 말씀이 아니십니까?”
그러자 공자는 다시 대답한다.
“그렇지 않다. 지나친 것은 모자라는 것과 같은 것이다(과유불급·過猶不及).”
중용(中庸)의 도를 설명한 대목이다. 사실 인간이 스스로를 알고 분수를 지키기는 쉽지 않다. 대개의 사람들은 다른 장점에 의해 감춰지고 보완되는 것일 뿐 조금씩 그 분수를 벗어나는 결함을 지닌 채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그 여러가지 분수에 어긋남 중에 무엇으로도 결코 감추어지지 않는 것이 있다. 이른바 ‘척’이 그것이다. ‘척’은 ‘체’라고도 한다. 모르면서 아는 척, 못난 것이 잘난 척, 없으면서 있는 척….
▼'억지포장'은 진실 왜곡▼
이 ‘척’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과시욕을 그 근거로 한다. 이것은 일종의 사회적인 병에 속한다. 왜냐하면 억지로 자신을 포장하여 내세우고 거짓으로 진실을 위장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 ‘척’이란 것은 그 실체를 파헤쳐보면 허세 허식 허영과 다름없으며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과장 사치 낭비 거짓 탐욕까지도 이 ‘척’에 속한다.
이 병의 원인은 그만큼 자신의 내용이 충실하지 못한 데 있다. 한 많고 사연 많고 우환이 많았던 우리네의 역사였다. 그러고 보니 유달리 자존심만 강한 백성이 되어버렸다. 이 지구상에 한국인만큼 기 죽기 싫어하는 사람들도 드물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우리 사회에는 오래전부터 ‘척’이 만연해왔다.
속담에 ‘냉수 마시고 이빨 쑤신다’는 말이 있다. 배는 고프지만 업신여김은 당하기 싫다는 것이다. 이런 자존심은 차라리 어여쁜 ‘척’에 속한다 할 것이다. 문제는 이런 현상들이 발전하여 병적 증후군으로 번져가는 데 있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 딸 아들 시집 장가 보내고 빚 갚느라 허덕이는 사람들을 얼마든지 쉽게 볼 수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대답은 그리 어렵지 않다. 남을 의식했던 것이다. 남과 비교했던 것이다. 지기 싫었고 과시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빚을 내서라도 큰 차를 타야 하고 논밭을 팔고 퇴직금을 다 털어 넣어서라도 호텔에서 보란듯이 예식을 올려야 하는 것이다. 이게 병이 아니고 무엇이랴.
▼남 의식 비뚤어진 오기▼
요즘 신문들을 도배하다시피 관심을 끌고 있는 옷로비 사건도 그 원인을 따져들어가 보면 허세와 허영, 즉 ‘척’이 있다. 사태의 중심에 있는 전 장관의 부인, 옛말로 하면 정경부인인 그이는 아마도 남들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보다 나은 품위유지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분에 넘치는 것이었다. 결국은 중용을 지키지 못하고 ‘척’의 늪에 빠졌고 그리하여 온갖 지탄과 함께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그랬다. 그것은 옷이 아니었다. 이 사회에 만연해 있는 허세에서 발생한 후유증의 단면이었다.
이제 한 세기가 저물어간다. 가고 있는 세월과 더불어 잘못된 이 사회병은 우리에게서 떠나야 한다. 말했듯이 이 병은 과장되고 위장된 허세이며 허영이고 과시욕이다. 또한 그것들은 필연적으로 잘못된 욕심을 동반한다. 욕심이 잉태하여 죄를 낳고 그것은 곧 사망에 이른다고 했던가. 성경의 말씀이다.
이환경(방송작가)
★다음 회 필자는 참여연대 사무처장 박원순(朴元淳)변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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