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윤득헌/차범근과 이만수

  • 입력 1999년 12월 9일 19시 48분


선수와 지도자를 꿈꾸다 언론인으로서 미국 육상 명예의 전당에 오른 코드너 넬슨은 프로선수의 좋은 점을 ‘하고 싶은 일 하며 돈과 명예를 얻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프로선수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고, 감정보다 능력에 따라 결정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지도자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독일에 ‘차붐’을 일으킨 축구의 차범근감독(46)과 ‘홈런왕 헐크’로 사랑받은 야구의 이만수코치(41)는 엊그제 상반된 소식을 전했다. 중국 선전팀을 지도해온 차감독은 재계약을 포기했고, 이코치는 동양인 최초로 미국 메이저리그 코치로 발탁됐다. 차감독은 부인의 신병을 재계약 포기 이유로 들었지만, 팀의 성적이 하위라는 것도 이유의 하나가 아니겠느냐는 얘기도 있어 뒷맛이 씁쓰레하다. 이코치는 1년간 함께한 팀의 트리플A 리그 우승이 평가받은 것 같아 흐뭇하다.

▽지도자로서 두 사람을 비교하기는 어렵다. 이코치는 이제 시작이기 때문이다. 굳이 찾자면 성격차를 들 수 있다. 지난해 승부조작설 발언으로 5년간 자격정지를 당했지만 차감독은 내실을 다지는 스타일이다. 대표감독시 ‘부족해도 열심히 하는 선수’를 선호했고, 노트북을 갖고 다니며 꼼꼼히 정보를 분석한 것이 그 예이다. 이코치는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형이다. ‘떠버리’란 별명도 있는 그는 미국에서도 자주 크게 소리를 질러 주위의 시선을 모으곤 한다는 소식이다.

▽반면 두 사람은 성실한 생활자세의 신앙인이고 여러가지 기록 보유란 공통점이 있다. 차감독은 한국선수로는 최초로 분데스리가 진출과 10년간 98골을 기록했고, 이코치는 82년 국내프로야구 첫 홈런과 84년 타격 3관왕을 이뤘다. 두 사람은 또 ‘기회를 살리기 위해 평소에 준비한다’는 말을 신조로 삼고 있다. 지도자로서 아직 큰 재미를 보지 못한 차감독과 호평을 받으며 시작하는 이코치의 케이스는 ‘실적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는 프로세계의 냉혹함을 보여준다. 준비해도 어렵고 험한 게 지도자의 길이다.

〈윤득헌 논설위원〉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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