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 브리너, 데보라 카 주연의 ‘왕과나’(56년)를 리메이크 한 이 영화에서 저우는 태국의 뭉쿠트 왕으로, 포스터는 왕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영국인 여교사로 출연한다.
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에 있는 포시즌즈 호텔에서 열린 시사회장에 저우룬파는 율 브리너 풍의 빛나는 대머리로 나왔다. 키 1m59의 아담한 체격인 조디 포스터는 영화 속보다 훨씬 젊고 깜찍한 모습이었다.
◆헐리우드 3번째 작품
저우는 영화 속에서는 태국 왕가의 전통 헤어스타일인 ‘올백’머리로 나왔기 때문에 의아해하는 기자들에게 “현재 앙리(李安)감독과 베이징에서 ‘와호장룡’(臥虎藏龍)이라는 무협영화를 찍느라 머리를 깎았다”고 설명했다.
저우와 친한 친구처럼 포옹을 마친 포스터는 “그는 연기에 대한 열정이 상상을 초월하는 배우”라며 저우를 추켜세웠다.
95년 할리우드에 진출한 저우에게 이번 작품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리플레이스먼트 킬러’ ‘커럽터’ 등의 액션 영화를 벗어나지 못했던 그가 처음으로 정통 로맨틱 어드벤처의 주인공으로 출연하기 때문.
저우는 “할리우드에서는 스타가 로열 패밀리라는 것을 느꼈다. 대통령은 대통령 역할 밖에 할 수 없지만 영화 배우는 대통령도, 왕도, 카우보이도 다 할 수 있지 않느냐”며 활짝 웃었다.
1천500만 달러(약 180억원)의 개런티를 받고 이 영화에 출연한 조디 포스터에게도 ‘애나 앤드 킹’이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여배우로는 줄리아 로버츠와 더불어 할리우드 최고의 출연료 대접을 받게 된 것.
◆"새천년은 동서양 조화"
‘피고인’(88년)과 ‘양들의 침묵’(91년)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두 번이나 받았던 포스터는 91년 ‘꼬마 천재 테이트’로 감독에 데뷔했고, 94년에는 자신이 주연한 영화 ‘넬’을 제작하기도 한 할리우드 여성파워의 선두주자.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중국과 태국 말레이지아 등을 돌아다니며 동양문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어요. 불교문화, 이슬람 문화, 기독교 문화권에서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세계화된 소재를 찾는 것이 새천년 할리우드의 생존방식이 될 것이라고 봐요.”
◆"동양보는 시각 달라져"
98년 7월 미혼의 몸으로 사내 아이를 출산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던 그는 이번 영화에서도 자신의 아이를 혼자 키우는 당찬 미망인 여교사로 지성미 넘치는 연기를 펼쳤다.
포스터는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완벽한 창작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감독”이라며 “다음에 감독할 작품은 아크로바틱 체조를 소재로 한 영화”라고 소개했다.
〈로스앤젤레스〓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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