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와 업자들의 유착과 부패로 얼룩진 이들 사건에서 수많은 유치원생과 청소년들이 목숨을 잃었다. 남은 부모들의 한이 땅과 하늘에 사무쳤다. 썩어 문드러진 이 땅에서 더 이상 희망의 싹을 발견할 수 없다며 떠나간 김순덕씨에게 우리는 작은 동정과 연민을 함께 보낸다.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그녀의 가족이 이 땅을 떠났다는 사실이 이 땅에 남은 우리들에게 그리 큰 충격을 준 것 같지도 않다. 오늘 우리는 늘 그렇듯이 계속 무심하게 살다가 내일 또 그런 사고를 당해 아우성을 치고 사고의 피해자들만 분통을 터뜨릴 것이다.
▼공동체문제 관심을▼
시민운동을 하면서 늘상 느끼는 것도 바로 이같은 ‘지독한 무관심’이다.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공동체의 여러 문제들을 제기하고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이 시민운동이다. 정상적인 사회에서는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최소한 먹고는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이 땅의 시민운동가들은 실상 독립운동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세상의 정의가 땅에 떨어졌다고 소리들을 치지만 막상 나서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직접 나서지 못하면 그 일을 위해 나선 사람들에게 격려와 지지라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에 회원이 되려는 사람, 자원봉사를 해보겠다고 나서는 사람, 격려전화를 거는 사람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이들이 힘을 가질 수가 없다. 그래서 세상의 악은 더욱 번성하고 힘을 얻고 있다.
자신의 집 앞을 깨끗이 쓴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 동네 골목길까지 깨끗하지 않다면 바람 한번 불면 자신의 집 앞까지 더러워지기 마련이다. 부모들은 자기 자식만 잘 되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밤길에 자식 마중을 나가기도 하고 차로 데려오기도 한다. 입을 것 입지 않고, 먹을 것 먹지 않고 아껴 모은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려 한다. 그러나 이 땅에 사기꾼들이 판치는 한 그렇게 물려준 재산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마땅히 폭력배와 성폭행범과 사기꾼들을 몰아내고 이 땅을 그들로부터 안전한 땅으로 만들어야 한다.
▼무임승차의식 버려야▼
더 이상은 안된다. 방문 닫아걸고 면장 노릇 하는 일로는 안된다. 말로는 돌멩이 하나도 움직일 수 없는 법. 혼자서만 잘 살겠다고 남이야 어떻게 되든 아랑곳하지 않는 일은 더 이상 안된다.
사육장의 돼지 한마리 한마리가 식탁으로 끌려가면 종국에는 자신도 그 운명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결코 소설 속의 이야기라고 치부할 것만이 아니다.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게만 안전한 세상은 어디에도 없다. 세상이 병들고 어지럽고 무질서하다면 그 결과는 언제든지 자신의 가족의 둑을 타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방관과 침묵은 죄악이다. ‘무임승차의식’은 이제 20세기에 흘려보내야 한다. 참여하고 실천하는 ‘작은 용기’를 지닌 자만이 21세기에 정의롭고 인간다운 사회를 누릴 자격이 있다.
박원순(참여연대 사무처장)
*다음회 필자는 탤런트 김혜수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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