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공종식/"告發 합시다"

  • 입력 1999년 12월 10일 19시 52분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국회법 24조의 의원선서문)

가칭 민주노동당 창당준비위는 10일 “국회의원들이 의원선서문을 위반했다”며 의원 299명 전원을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발했다. 정쟁의 와중에서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고발당한 적은 있지만 전원이 고발당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민주노동당 창당준비위는 고발장에서 의원들이 총선준비를 빌미로 국회에 출석조차 하지 않는 등 민생법안 심의에 소홀한 점과 현행법상 총선거일 1년 전까지는 끝마쳐야 할 선거구획정안을 마련하지 못한 점 등을 고발이유로 꼽았다.

민주노동당측은 구체적인 사실을 ‘증거’로 제시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맞아, 그렇지”라는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증거’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총선 준비에 바쁜 의원들 때문에 출석의원이 의결정족수(150명)에 미달해 법안처리가 도중에 중단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던 일, 10월의 대정부질문 때 신상우(辛相佑)부의장이 개의정족수(60명) 미달로 산회한 뒤 속개를 할 수가 없었던 일 등이었다.

또 국회 예산결산특위는 헌법에 정해진 예산안 처리시한(12월2일)을 넘긴 지 오래고 선거법이 내년 선거일을 4개월 앞둔 현 시점까지 여전히 오리무중인 점도 직무유기의 증거로 제시됐다.

민주노동당 창당준비위 이상현(李尙炫)대변인은 “밀레니엄을 앞두고 정쟁에 여념이 없는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공분을 표시하기 위해…”라고 고발이유를 밝혔다.

의원들은 꼭 고발을 당해서라기보다 스스로 96년 7월 15대 국회 개원식날 ‘우렁차게’ 낭독했던 선서문 내용을 다시 한번 되새겨봐야 하지 않을까.

공종식〈정치부〉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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